(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북 포항 포스코 스마트공장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9/뉴스1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자기주식 취득 결정·자기주식 신탁계약 결정 공시 합산)를 낸 코스피 상장사는 172건, 코스닥 상장사는 325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코스피(27건)와 코스닥(52건) 모두 6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자사주 취득 결정은 통상 3개월 내 정해진 수의 자기주식을 매수해야 하는데 비해, 신탁 계약은 기업이 증권사에 자사주 취득 권한과 돈을 위임해 계약 기간과 금액 내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취득 결정에 비해 신탁 계약은 기간 및 금액 조정, 계약 해지 등이 가능해 좀더 유동적이다.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도 기대해 볼만 하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자사주 취득과 소각의 배당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이론적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유발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상승의 여지가 판단할만한 신호를 주면서 기업 주식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된다. 공급 측면으로는 시중 주식을 자사로 취득하면서 유통주식 수가 그만큼 감소하게 되고, 이는 수요가 동일해도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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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해외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빈번하지만, 국내 사례는 매우 드물다. 김광현 연구원은 "2016~18년 진행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2017년 분할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한 SK디스커버리, 2018년 지배구조 개편 불발 이후 진행된 현대차 등이 있긴 하지만 자사주 소각 사례는 손에 꼽힌다"고 밝혔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미국은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 취득 가운데 소각을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같은 기간 2~3%밖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빈 껍데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 자금이 기업가치 본질을 높이는데 사용되지 않고,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ECB(유럽중앙은행)은 경제적 충격 대비를 위해 자사주 매입 중지를 권고했고,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미국 대형은행은 자사주 매입 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재정지원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금지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달 22일 열린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조성'과 관련해 언급하면서 금융지원 조건으로 "자사주 매입 제한을 의무로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연구위원은 "기업이 고용 유지, 신규 투자, 연구개발, 부채 감소 등 시급한 일에 써야 할 유휴자산을 주가 부양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