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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게 없다"…원유ETN 괴리율 좁혀지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4.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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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스1) 이재명 기자 = 국제유가가 12주째 하락한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1175원, 경유 가격이 995원으로 표시돼 있다. 2020.4.21/뉴스1(화성=뉴스1) 이재명 기자 = 국제유가가 12주째 하락한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1175원, 경유 가격이 995원으로 표시돼 있다. 2020.4.21/뉴스1






"지금은 LP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LP(유동성공급자)가 물량을 쏟아내자마자 투자자들이 쓸어모아서가 아니다. 이제는 LP가 물량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게 됐다. 원유선물 ETN(상장지수증권)이 추종하는 IIV(실시간지표가치)가 폭락하며 가격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괴리율이 뭔가요


최근 괴리율 급등문제로 매매거래까지 정지됐던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괴리율은 22일 현재 680% 이상 폭등하고 있다.

괴리율은 ETN의 시장가격과 지표가치(IIV)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로 양수(+)인 경우에는 시장가격이 ETN의 본질적 가치인 지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과대평가된 상품일수록 급격한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난주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ETN 3개가 투자자보호 등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될 때 괴리율은 최대 90%대였다. 지난 21일 가장 먼저 거래가 재개된 신한ETN은 현재 괴리율이 600% 이상이며 아직 거래가 정지된 삼성과 QV(NH투자증권) ETN은 각각 1600%, 1300% 넘는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 유가지표보다 적게는 6배 많게는 16배 이상 높게 ETN 가격이 정해졌다는 뜻이다.



◇LP가 왜 있는건가요


신한금융투자 전경 / 사진제공=신한금융투자 제공신한금융투자 전경 / 사진제공=신한금융투자 제공
우선 원유선물 지표를 추종하는 ETN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증권사의 신용을 담보로 지수수익률만큼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신용상품으로 이해하면 쉽다.

증권사는 ETN의 가격이 실제 원유선물 지표가격과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가격을 조정한다. 일명 유동성공급자(LP)다. LP는 매수량이 급증하면 반대측에서 물량을 공급하고, 매도량이 늘어나면 물량을 사들이는 식으로 적정가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P는 임의로 가격을 정해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 LP물량은 현 IIV값의 ±6% 내외로 주문을 낼 수 있게 정해져있다. 현재 신한 레버리지ETN의 IIV 값은 90대 밑을 맴돌고 있다. 최대 6%를 적용해도 95원선의 매도주문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가격이 하한가를 크게 밑돈다는 데 있다. 신한 레버리지ETN은 현재 700원에 거래 중인데, 하한가 60%를 적용해도 365원이다. LP가 가격조정을 위한 주문을 내고 싶어도 하한가에 막혀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임의로 판단해 매도주문을 내지 않는 게 아니다. 하한가보다 밑으로 주문을 낼 방법이 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과거와 다른 양상…'유가가 바닥'


지금의 괴리율 폭등은 과거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지난 3월에는 유가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ETN에 돈을 쏟아부으며 LP들의 가격조정 물량을 싹쓸이하자 괴리율이 벌어졌다.

추가로 가격조정을 위한 ETN물량을 수 천만주를 상장해도 며칠만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모두 사들이면서 도저히 괴리율을 잡을 수 없게 됐다. 즉 가격조정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온전히 투자자들의 수급으로만 가격이 결정돼 괴리율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지금은 유가가 바닥이다. LP들이 수 억주를 추가상장해 괴리율을 좁히기 위한 총알을 장전해도 앞서 설명한 이유로 물량 자체를 쏟아낼 수 없게 됐다. 한달만에 유가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수급으로만 가격이 결정되는 모습엔 변함이 없다.

23일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는 비상이 걸렸다. 무려 1600% 넘는 괴리율을 보이고 있어 LP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적같은 이유로 유가가 급반등하거나 투자자들이 매도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하한가가 함께 낮아지지 않는 이상 이같은 괴리율 폭등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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