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기업銀, 美당국과 1000억대 벌금 합의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4.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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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전경/ 사진제공=기업은행IBK기업은행 전경/ 사진제공=기업은행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업체의 돈세탁을 막지 못한 혐의를 받아 온 IBK기업은행이 미국 당국과 1000억원대 벌금(제재금)에 합의했다. 2011년 해당 사건이 벌어진 지 9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검찰, 뉴욕주금융청과 각각 합의하고 한·이란 원화경상거래 결제업무 관련 조사를 모두 종결지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총 8600만 달러(약 1050억원)의 벌금을 두 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미국 연방검찰에 5100만 달러, 뉴욕주금융청에 3500만 달러 등이다.

대신 미국 연방검찰은 해당 사건의 기소를 2년간 유예키로 했다. 향후 2년 간 추가 지적사항이 없으면 자동으로 기소가 해지된다.



사건은 2011년 발생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란과 제3국간 중계무역을 하는 A사는 두바이산 대리석을 구입해 이란 신전을 짓는다고 국내에 위장 신고했다.

이후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결제계좌에서 87차례에 걸쳐 약 1조900억원의 중계무역대금을 수령한 뒤 이를 기업은행의 다른 계좌로 이체해 해외계좌로 빼돌렸다.


기업은행은 당시 A사가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해 인출을 요구했고, 이란중앙은행 역시 인출을 허락한 만큼 위장거래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인출해 준 돈이 어떻게 쓰일지까지 은행이 사전에 알 순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검찰은 2013년 1월 A사 대표인 '케네스 종'(Kenneth Zong)을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으로 기소했다. 미국 연방검찰 역시 2016년 그를 이란 제재 위반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기업은행도 2014년 5월부터 A사의 위장거래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송금 중개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과 뉴욕주금융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미국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뒤 기업은행은 과거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국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수용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개선과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



뉴욕주금융청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체결한 '동의명령서'에서 기업은행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현재 '적절한'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미국 당국에 내야 할 벌금을 기존에 적립해 둔 충당금에서 납부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부과받은 벌금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뒀다고 설명했다. 해당 벌금을 충당금에서 처리하는 만큼 기업은행의 올해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관련 법령 준수는 물론 국내외 관계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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