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의 포스트리그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0.04.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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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김하늬의 정치스탯]영입인재 16명 공천 12명 '금뱃지'… 비례정당 '뚝심'으로 17석

헤어지자.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제21대 총선 당선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2020.4.17/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제21대 총선 당선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2020.4.17/뉴스1


마지막까지 외로워보였다. 모두가 국회 대강당에 모여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순간, 양정철은 없었다. 대신 지인들과 '따로' 선거 결과를 지켜본다고 했다.

11개월 전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러 왔다"던 그는 민주당에 180석의 성과를 남긴 채 떠났다. 2017년 대선때 처럼 선거 다음날 문자메시지로 인사를 갈음했다.



메시지는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했다. '헤어지자'

4월의 봄날, 헌정사에 기록될 선거의 승리를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채 떠났다. 대신 '무섭고 두렵다'는 표현으로 남겨진 당원들과 뜻을 같이했다. 국민들의 보내준 압도적 지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냉정한 성과표에 대한 독려다.



그렇게 양정철은 할 일을 완수한 뒤 떠났다.

총알받이 그리고 바람막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2020.4.17/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2020.4.17/뉴스1
총선 과정에서 지적받은 불완전, 불충분 등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양정철은 필요하다면 당을 위한 '총알받이'를 자처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당내외 여론에 오해와 비난이 섞여도 함구했다. 계획대로 그대로 갔다.


비례연합정당이 한 예다.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본회의를 통과한 순간부터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선택지를 제외했다면 '7석'에 그칠수 밖에 없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최대 22석까지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양정철은 비례정당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을 통해 최고위원회에서 설명도 했다. 전당원 투표 전술을 택하고 열흘 만에 정당 형태와 후보 등록까지 일사천리로 '거사'를 주도했다.

양정철이란 이름은 때로 '원죄론'으로 둔갑했다. 매번 그는 별도의 '해명은 않겠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내 억울함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상대의 말장난이나 오해도 풀어놓고 다시 맞출 시간이 없었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두를 만났다. 그는 "협상은 테이블에 앉을 때부터 시작된다"는 원칙만 따랐는데 단체마다 생각이 달랐을 뿐이었다고 받아들였다.

양정철의 '뚝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7.  kkssmm99@newsis.com[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7.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란 부담이 적잖았지만 총선 승리가 문재인 정부 성공의 토대가 될 것이란 믿음 하에 사실상 전면에 섰다. 민주연구원장을 맡을 때부터 총선 준비를 전제로 했다.

이를 토대로 그는 4.15총선을 위한 구체태를 만들었다. 당내 잠룡들의 화합의 메시지를 만들고 인재영입으로 진영의 결핍을 채웠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권력 디자이너'라는 별명은 기획력으로 나타났다.

영입인재의 수도권 지역구 공천과 일부 비례공천, 청년 공천 등은 성공작이었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등 핵심 지도부의 전폭적인 신뢰는 추진력을 높였다.

양정철은 뒤안길에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여권에서는 180명이나 되는 거대 여당 의원들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몇 안되는 인사로 양정철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 곁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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