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호텔을 왜 갔냐고"…확진자 동선공개의 그늘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0.04.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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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20]②코로나19 확산 막는 착한 통신기술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전세계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착한 기술, 착한 활용(Good Tech, Good Use)'를 주제로 인류 문명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올바른 방법론을 제시해본다.

서울 구로구 소재 코리아빌딩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으로 확인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구로역 자체 방역팀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구로구 소재 코리아빌딩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으로 확인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구로역 자체 방역팀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수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vs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정보 공개 문제를 둘러싼 딜레마다. 공익성을 감안하면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필요한 정보까지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홈페이지, 재난문자를 통해 낱낱이 공개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다. 정보를 알아야 지역 주민들이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시 확진자 동선공개는 꼭 필요한 방역 조치다.



그러나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나눈 동선이나 확진자의 거주지, 출생연도, 성별까지 공개하는 것은 확진자에게 또다른 사생활 침해를 불렀왔다. 거주지와 나이, 성별 공개로 주변인들이라면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고 시간대별로 방문한 곳을 공개하면서 수많은 오해나 억측을 유발했기 때문. 일부 확진자 동선을 놓고 인터넷에선 ‘불륜남’, ‘업소녀’ 아니냐는 조롱섞인 비방글들을 올라오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신속한 역학 조사를 위해 확진자 진술 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확진자의 동선정보를 파악해 공개한다.

‘코로나 증세’보다 ‘동선공개’가 더 무섭다는 우려도 나오자 정부는 확진자 동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지자체별로 확진자 정보 공개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부 공개된 정보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다분해서다. 정부는 공개 정보 중 확진자 거주지의 세부 주소와 직장명을 뺐다. 다만 출생연도와 성별은 여전히 공개된다.



동선정보 공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지역별 노출장소와 시간만 공개하자는 얘기다. 확진자 개인별 동선이 아니라 지역별로 묶어 확진자들의 방문장소와 날짜, 시간 정보만 공개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변호사는 “확진자의 이동경로 공개는 전염병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근거없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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