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박근혜 사라진 선거'…결과는 참혹, 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20.04.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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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지난해 12월14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있다. 2019.12.14/뉴스1(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지난해 12월14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있다. 2019.12.14/뉴스1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보수 정당 최악의 참패가 현실화됐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시 사상 초유의 사건에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선거 직전 연일 터졌던 차명진 후보 등의 막말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탄핵의 주홍글씨가 아직 선명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국민들 가슴에 깊이 박힌 상처를 혁신이란 약으로 발라주지 못했다. 그저 극소수의 일탈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막말 논란이 파급력을 가진 것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려서다.



혹시나 했던 유권자들도 "아직도 그 정도 수준이냐"며 고개를 돌렸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이들도 "도저히 통합당은 못 찍겠다"고 외면했다. 탄핵을 당한 옛 집권 세력이 4년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업보가 그대로 드러났다.

선거 막판에 다급해지자 지도부를 중심으로 전국의 후보자가 일제히 읍소하고 큰절을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답은 "그동안은 뭐했나"였다.



사실 22년 만에 보수 정당은 '박근혜 효과'가 거의 사라진 첫 선거를 치렀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고비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달랐다. 먼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등 계파색이 어느 때보다 옅었다. 이른바 친박 핵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으로 무대에서 빠졌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가 공개되며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때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조원진·서청원 의원의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 김문수 전 지사의 기독자유통일당 등 그동안 '박근혜 마케팅'을 펼쳐온 세력들이 모두 각자 선거에 나섰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 결과 책임, 모든 당직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020.4.16/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 결과 책임, 모든 당직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020.4.16/뉴스1
겉으로 '박근혜'를 지우고 치른 첫 선거에서 통합당은 초토화 수준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선언하며 만든 당이지만 내부에서조차 강을 건넜는지 빠졌는지 속사정은 제각각이었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리 만무하다.

황교안 당 대표는 패배가 확실시 되자 전날 밤 11시40분쯤 국회 개표상황실을 찾아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화학적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없었지만 '박근혜의 그림자'는 여전히 통합당을 떠나지 않았다. 지도부를 포함한 통합당 내 인사들은 그 누구도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대적인 지도체계 개편과 인적 쇄신 등 보수권에 핵폭풍급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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