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통상분쟁…칼날 벼리는 정부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4.15 06:00
글자크기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국조실 브리핑실에서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상소 판정결과 및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WTO 상소기구는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정부는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만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촘촘히 검사하는 등 수입식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9.4.12/사진=뉴스1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국조실 브리핑실에서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상소 판정결과 및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WTO 상소기구는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정부는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만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촘촘히 검사하는 등 수입식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19.4.12/사진=뉴스1


대외통상 전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을 겨냥한 통상분쟁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통상법무' 기능을 강화한다. 높아지는 통상파고 속 국익을 보호하고 후쿠시마 수산물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승소와 같은 쾌거를 다시금 이루기 위해 법무 역량을 더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15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장급 신통상질서협력관의 명칭을 통상법무정책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이 공포·시행됐다.



구 신통상질서협력관은 2018년 3월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 산하 조직이다. △통상법무기획과 △통상분쟁대응과 △홍보소통과 3과 체계로 구성됐다. 수입규제·비관세장벽 대응과 WTO 분쟁 등 각종 통상분쟁 조정을 다룬다. 지난해 한일 수산물 분쟁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제소와 양자협의 절차를 총괄한 곳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종전 명칭이 역할·기능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통상법무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산업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 늘어나는 통상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법무 분야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익을 걸고 다투는 싸움터에서 '법리'가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WTO 한일양자협의 수석대표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관련 2차 양자협의를 마친 후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9.11.21. /사진=뉴시스WTO 한일양자협의 수석대표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관련 2차 양자협의를 마친 후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9.11.21. /사진=뉴시스
이를 위해 소송 전략을 짜고 대응 논리를 개발할 통상법무 전문가 충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꾸준히 정부 안팎에서 전문인력을 뽑아 왔다. 미국 통상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특채돼 한일 수산물 분쟁의 승전보를 전해 온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이 대표 사례다. 현재 통상법무정책관 내에 3명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분쟁 상대국이 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부족하다.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 내에 '제너럴 카운슬(General Council)' 조직을 두고 있다. 통상법무 업무를 독립해 수행하는 부서로, 실장급 수석변호사가 대표를 맡아 법률 검토·판단과 관련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USTR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도 변호사 출신이다. 중국과 일본도 통상법무를 전담할 고위급 조직을 만들었다.

아울러 산업부는 통상분쟁대응과 내에 '통상분쟁대응기반팀'도 신설했다. 장기적으로 통상분쟁 대응 능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별도 조직이다. 한국이 제3자로 참여하는 WTO 분쟁이나 상소기구 기능, 분쟁해결절차 개선 논의 등에 참여하는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정해관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은 "한국에선 통상법무 기능이 정착되지 못했으나 내외부적으로 필요성이 많이 제기돼 왔다"며 "명칭 변경을 첫걸음으로 앞으로 인력보강과 기능강화 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엮인 WTO 분쟁이 지속적으로 늘고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도 급증하고 있어 통상법무 기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주요 통상현안이 강대국과 조율하는 이슈인 만큼 국제법에 근거한 논리는 우리에겐 중요한 무기"라며 "(통상법무) 조직을 독립시키고 의사결정권자가 법적 검토 내용을 독립 고려 요소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