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다 게임 한다…외국인도 1200억 사들인 주식은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4.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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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엔씨소프트(종합)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서울 도심이 한산하다. 2020.3.8/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서울 도심이 한산하다. 2020.3.8/뉴스1


게임 업종은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인해 '집콕' 족이 늘어나면서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수혜주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자 외출이 줄어들면서 게임 이용자 수 및 이용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 (179,700원 ▲1,500 +0.84%)는 단연 돋보이는 종목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20%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15%가량 빠진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익률이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에 지난달 19일에는 장중 50만4000원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채 한 달도 안 돼 29% 가까이 회복했다.



증권가의 주가 전망 역시 상당히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리니지M과 지난해 출시한 리니지2M의 견조한 매출, 오는 하반기 리니지 2M 해외 출시와 신작 론칭 일정 등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업종 전반이 입을 수혜도 한몫했다.

"집에 있으면 다 게임한다"…전세계 게임 트래픽 7~80% 급증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열린 넷마블문화재단 게임아카데미4기 전시회 '미래의 꿈, 게임에 담다' 展 오프닝 행사에서 한 학생이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2020.1.8/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열린 넷마블문화재단 게임아카데미4기 전시회 '미래의 꿈, 게임에 담다' 展 오프닝 행사에서 한 학생이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2020.1.8/뉴스1


코로나19로 인한 게임업계의 타격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외부 활동 감소로 게임 이용이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이는 벌써부터 관련 지표에도 나타나고 있다. 게임 플랫폼 스팀의 3월 마지막 주 동시접속자 수(PCU)는 전주 대비 15% 증가한 226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스팀의 유저 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급격하게 증가, 2003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동시접속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트래픽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게임 분야의 이용량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과 케이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분야별 주간 트래픽 증가율은 게임 75%, 웹 트래픽 20%, 비디오 스트리밍 12%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모바일 게임 총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평균 대비 약 80% 급증했고,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도 약 35% 늘었다.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청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트위치 시청률은 전주 대비 10%, 유튜브는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경기 침체 시 게임 산업은 타 업종에 비해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은 5.2% 하락했지만, 게임산업은 2년 연속(2008년 8.1%, 2009년 4.9%) 성장세를 지속했다. 닷컴 버블 붕괴가 이뤄진 2001년에도 1.1% 성장해 글로벌 GDP 성장률(-0.7%)을 웃돌았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불황, 전염병 발생 등으로 내부 활동이 증가하고 성장이 둔화하는 기간에 게임 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활동 침체기에 간편하고 저렴한 엔터테인먼트인 게임 이용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20년째 효자 '리니지'…리니지M·2M 매출 비중 78%
집에서 다 게임 한다…외국인도 1200억 사들인 주식은
엔씨소프트가 여타 게임업체들과 비교해 갖는 차별성은 바로 '리니지'라는 지식재산권(IP)이다. 1998년 처음 출시된 리니지 IP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사랑받을 정도로, 이용자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 이에 기반해 2017년과 2019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구글 플레이 매출 1~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두 게임의 사전예약 수는 각각 550만건, 738만건에 달한다.

두 게임 모두 출시하자마자 각종 순위를 석권하며 '대박'을 쳤다. 2017년 6월 출시 2일만에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한 리니지M은 2년 5개월동안 이를 유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지난해 12월 리니지2M 출시 4일만에 리니지M은 구글 플레이 매출 1위 자리를 '바통 터치'했다. 이후 리니지2M은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7% 늘어난 7052억원, 영업이익은 249% 증가한 2778억원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리니지M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을 2024억원(일 평균 22억원), 리니지2M은 3496억원(일 평균 38억원)으로 추정했다. 두 게임의 매출 비중은 각각 28.7%, 49.6%를 차지한다. 둘을 합치면 무려 78.3%에 달한다.

리니지2M 출시 이전만 해도 두 게임 간 '동족상잔'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었으나, 이는 크지 않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 리니지2M 출시 당일부터 지난 1월 22일까지 리니지M 이용자는 1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리니지M 일 평균 매출은 20억원대로 유지됐다.

주 이용자 층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매출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리니지2M의 이용자 가운데 '40대 이상'이 56.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매력 있는 이용자들이 실내 체류 및 개인 여가시간 확대로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게임 이용 증가세가 대형·상위 게임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호재다. 이진만 연구원은 "외부 활동 감소 기간 대형 유저 기반과 커뮤니티 가진 상위 온라인 게임으로의 상대적 쏠림 효과를 확인했다"며 "모바일게임도 상위 인기 게임 매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의 월 평균 일매출액은 1월 37억원에서 3월에는 4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의 굳건한 지위와 코로나19 영향 등에 따른 이용자 증가 및 사용시간 증가 등의 영향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4분기 일본 수출 노린다…신작은 지연될 수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 사진제공=엔씨소프트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의 해외 출시 및 신작 론칭 등도 계획 중이다. 게임업계 등에서는 오는 4분기에 리니지2M이 일본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아이온2' 또는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또한 4분기로 점쳐진다. PC·콘솔 음악게임 '퓨저'는 하반기 북미·유럽에, '블소S'는 2분기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은 특수성 때문에 국내 및 대만에서만 성과를 냈지만 리니지2M은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어 하반기와 내년으로 이어지는 해외지역 확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신작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사 유급휴가, 4일 근무제 실시 등으로 인해 신작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리니지IP의 흥행 사이클이 매우 튼튼하다는 점 역시 신작 출시에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이유이기도 하다.

정호윤 연구원은 "국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모바일게임 핵심 장르인 MMORPG 시장에서 1등 사업자의 지위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IP 기반의 신작 이외에도 PC·콘솔 신작 및 해외 사업부에서의 결과물 등 다양하게 보여줄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외인이 사랑한 엔씨…코스피 17조 팔때 엔씨 1200억원 샀다
리니지2M 대표 이미지 / 사진제공=엔씨소프트리니지2M 대표 이미지 /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외국인 투자자가 27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는 역대급 '팔자' 행진 중에도 '엔씨' 주식은 샀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올해 들어서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무려 17조8200억원이 넘게 팔아치웠는데, 이 가운데에도 엔씨소프트 주식은 12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겪은 지난달에는 외국인의 투매가 이어졌으나, 회복세를 보인 이달 들어서는 다시 매수세로 돌아섰다. 지난 한주(4월6일~10일) 외국인은 엔씨소프트 주식을 229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는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삼성바이오로직스 (771,000원 ▼4,000 -0.52%), LG화학 (403,500원 ▼1,500 -0.37%),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 스튜디오드래곤 (42,850원 ▲350 +0.82%)에 이어 6번째(ETF 제외)로 많았다. 같은 기간 외인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는 7669억원을 순매도했다.

현재 주가(10일 종가 65만원)는 저점(50만4000원) 대비 29%가량 올랐으나, 2월 말~3월 초 당시 고점과 비교하면 투자 매력이 있는 수준이다. 이진만 연구원은 "주요 매수 주체이던 외국인의 투매 등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6.3배 수준"이라며 "리니지M 매출 정점 기록 당시 PER 20배 초중반까지 상승했고, 20배 초반의 글로벌 동종업체의 PER 수준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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