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엔 이전보다 20~30% 늘어난 택배 물량 탓에 배송물품을 분류하는 전동 컨베이어 벨트에 무리가 갈 정도였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31번 확진자 발생 직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장기화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2월 넷째주(23~29일)에 생수와 라면, 통조림 등 비상물품 주문량이 전주 대비 200%(3배) 가까이 늘었다. 주말 물량이 통상 월요일에 송장 정보로 등록되는 것을 감안하면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직후 첫 주말인 2월21~23일 사이에 비상물품 주문이 급증한 것이다.
이같은 '온라인 사재기' 현상은 자칫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또다시 주문이 폭증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택배 배송이 지속되자 온라인 사재기는 곧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원하는 물품을 원하는 때에 주문해도 정상적으로 택배가 도착한다는 믿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 넷째주에 전주대비 150% 가까이 증가했던 라면 배송량은 3월 첫째주(1~7일)와 둘째주(8~14일)에 각각 39%, 33% 감소세를 보였다. 2월 넷째주에 130 이상 늘었던 생수도 3월 첫째주에 41% 줄면서 평상시 주문량으로 선회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의 오프라인 사재기는 없었다"며 "비상물품 대신 일상적인 제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택배시스템이 온라인 사재기를 막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사재기가 확산되지 않고 반짝 현상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택배시스템이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택배가 전 국민에게 없어선 안될 필수적 생활 기간산업으로 인식된 셈"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달고나 커피’ 등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 관련 상품들의 주문이 급증한 것이 단적인 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이후 커피메이커와 믹서기 등의 판매고가 크게 늘었고, 튀김기·요쿠르트제조기 등 '홈쿠킹' 제품 주문도 마찬가지로 급증했다.
공연·전시 문화생활의 중단은 도서·음반 관련 제품의 배송을 늘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2월 넷째주 도서와 음반 주문건수는 170만건으로 전주대비 13% 증가했다.
CJ대한통운 택배를 기준으로 올 들어 택배물량이 가장 많았던 한주는 '3월 첫째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2월 넷째주부터 택배 급증 조짐이 보였는데, 이 기간 택배물량은 3200만개로 전주 대비 22% 늘었다. 이후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3월 첫째주에는 3300만개로 치솟으면 한주간 택배물량의 최고 정점을 찍었다.
하루 택배 처리량 기준으로는 지난 3월2일 960만건의 택배가 몰리며 한국에서 택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단일 기업 사상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국내 1위인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시장 점유율은 47.2%에 달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택배 빅데이터 정보가 우리 삶의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와닿는 택배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