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선방한 삼성·LG…2분기는 '먹구름'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박소연 기자 2020.04.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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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LG 신가전 판매호조로 1조 재진입…삼성은 반도체가 효자

코로나 위기에도 선방한 삼성·LG…2분기는 '먹구름'



'신(新)가전의 힘'.

LG전자가 7일 발표한 올 1분기 잠정 실적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코로나19로 건강·위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와 '공기청정기' 등 LG가 전면에 내세운 '건강관리가전'의 판매 호조가 실적 전반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영업익 1조 재진입…'역시 신가전'=LG전자가 이날 내놓은 성적표는 매출 14조7287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1%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역대 3번째 높은 실적으로 2018년 1분기(1조178억원) 이후 1조원대를 다시 찍었다. 동시에 증권사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약 8500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LG전자 트루스팀 기술을 활용한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이 코로나19 위기를 상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분기 생활가전을 책임지는 H&A사업본부 매출은 2년 연속 5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TV 업체간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것 역시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MC사업본부는 올 1분기 시장 침체,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출시 영향으로 2500억원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장사업도 전년 동기 대비 낮은 수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시장 예상치를 다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와 '갤럭시S20'의 선방, 전략적 공장 운영 전략이 적중했다.
코로나 위기에도 선방한 삼성·LG…2분기는 '먹구름'
◇삼성전자 영업익도 6조4000억…반도체가 '효자'=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8%, 2.73% 증가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6조900억원대)와 비교해 3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번에도 일등공신은 역시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최대 4조원대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D램 가격이 3개월째 상승세(4.6% 상승)를 유지한 게 실적 선방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1분기가 전통적으로 반도체 사업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의외의 호조를 보인 셈이다.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글로벌 IT(정보·기술) 업체들의 데이터 센터 확충에 따른 서버 D램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끌고 스마트폰이 미는 공식은 올 1분기에도 계속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삼성전자는 직격탄을 맞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IM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2000억~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2조원 초반대를 지킨 데 의미를 둔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사업장이 잇따라 셧다운(일시폐쇄)됐지만 전략적 대응으로 생산 절벽을 막은 것도 실적 선방의 적잖은 역할을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월에도 중국 공장을 차질 없이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물량을 베트남으로 즉시 돌렸다.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 차질 막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공장에 2차례에 걸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는 등 선제적으로 조치했다.

◇2분기는 코로나 영향권…부품·셋트 동반 '먹구름'=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2분기는 전반적인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수시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만큼 모바일 D램의 수요 부진이 유력시된다. 스마트폰과 TV와 가전 등 세트 사업은 '2020 도쿄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내년 연기로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트렌드가 계속 유지되는 동시에 중국이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에 들어갈 경우 반도체를 필두로 일부 사업의 예상보다 빠른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종식 시점과 소비심리 회복 등이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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