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개발" 한마디에 주가요동…허위·과장홍보 주의보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김근희 기자 2020.04.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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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기사와 관계없음.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03.30.semail3778@naver.com자료사진. 기사와 관계없음.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주가 급등의 단맛을 만끽하고 있다. 개발 능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애드벌룬만 띄우는 업체가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기업은 줄잡아 20여곳이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등 대표 바이오 제약사들이 대거 참여했고 업력이 짧은 중소·벤처기업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치료제·백신 필요성이 커지자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지난달 부광약품과 일양약품은 시험관 내 시험(인비트로)을 통해 자사의 기존 의약품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히자 주가는 상한가를 달렸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바이오 기업이 6곳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씨젠, 셀트리온제약, 코미팜, 헬릭스미스 등이다. 특히 코미팜은 감염증 후보물질인 파타픽스를 통해 사이코카인 폭풍을 억제하기 위한 임상시험 승인절차에 들어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 30위권에서 10위 이내로 진입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관계없음.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2020.2.28/뉴스1자료사진. 기사와 관계없음.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2020.2.28/뉴스1
개발 과정은 험난…임상부터 쉽지 않아
치료제·백신 개발의 가능성만으로 주식시장은 호응하고 있지만 실제 개발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판매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기간은 12년이다. 성공률도 9.6%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글로벌 백신개발 선두주자 격인 미국 존슨앤존슨(J&J)은 9월 이후에나 임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테크 기업인 모더나(Moderna)는 이미 인체 임상에 돌입했지만 내년에나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바이러스를 사균화 해 인체에 투여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안전성 측면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18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코미팜 역시 임상에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지난 2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을 했지만 보완 요구 답변이 돌아왔다. 이를 두고 다국적 제약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활용한 임상3상 시험을 허가받은 것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렘데시브르는 다른 목적이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물질인데다 길리어드가 사전 상담 형태로 진행해 제출 자료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라며 "코미팜은 사전 논의가 없었고 임상시험 계획서에 미제출 자료를 보완하는 기존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로 임상계획 승인받은 업체는 모두 외국계 회사다. 이중 상업화가 가능한 허가용 임상 물질은 렘데시비르 뿐이다.

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과잉 홍보에 신뢰도 우려…메르스, 에볼라 치료제 '0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과잉 홍보가 업계의 신뢰도를 갉아먹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메르스, 에볼라, 돼지열병 등 감염병 유행 당시 치료제 개발 소식을 발표하고도 아직까지 결과를 내지 못한 업체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메르스 때도 업체들이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홍보하고, 주가가 올라갔지만 아직까지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며 "기업들은 치료제 개발 홍보 시 한계와 소요시간 등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일양약품, 진원생명과학, 우진비앤지, GC녹십자, 셀트리온 등이 치료제·백신을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임상에 진입한 업체는 진원생명과학 1곳 뿐이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 때는 일양약품과 진원생명과학이, 2003년 사스가 중국에 발생했을 때는 씨티씨바이오가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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