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종합운동장 서문에 설치된 해외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차창을 내리고 주차 요원에게 "외국 입국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차는 곧장 진료소가 있는 천막까지 도착했다. 서문으로 들어오는 대기줄은 없없다. 황량한 주차장엔 검사를 받으러 온 차량이 모두 합쳐 3대 밖에 없었다.
그나마 간혹 들어오는 차량들 가운데는 유독 고가 외제차들이 많았다. 송파구와 인천국제공항의 거리가 직선으로 5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타 지역보다 주로 강남권 주민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잠실 일대 주민의 경계와 달리 해외 입국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잠실을 찾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인근 잠실엘스 아파트 정문에 "도심 한복판의 종합 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설치가 웬말이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용 면적 119.93㎡에 26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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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외 입국자 전용 워킹스루 설치 계획을 발표한 지난 2일부터 공세를 펼쳤다. 송파을에 출마한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댁으로 귀가해야 하는 약 1000명의 인원 중 상당수가 매일 종합운동장 인근 대중교통과 식당 등을 이용할 텐데, 당연히 인접한 주민들은 걱정할 것"이라며 "박 시장은 검사 이후에 대한 대책까지 내놓고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라"고 지적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배 후보의 경쟁자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해외입국자들을 해당 거주 자치구 보건소로 보내고 부족하면 증설하면 될 일을 서울시가 분석 없이 과잉행정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서문에 설치된 해외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
이날 찾은 워킹스루는 입국자가 진료소 부스 안까지 차로 이동한 뒤 내려 검체 검사를 받고 다시 차를 탄 뒤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입국자와 지역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차원이다. 검사는 접수, 문진, 검체채취, 귀가 순으로 이뤄지며 15~20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서울시는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한 이후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한 입국자에 대해 고발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번 소동에 따라 잠실과 송파 지역민들은 타 지역에 사는 입국자가 아닌 오직 구민 만을 위한 워킹스루를 하나 갖게 됐다. 기존에도 이용자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송파구민들이 서울시가 설치한 시설을 독점하게 된 것.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나선 정치권과 과잉행정 논란이 빚은 기묘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