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더 중요, 일터로 나가라"…브라질 대통령 '코로나' 고집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4.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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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정부 지침 어기고 연일 지지자들 만나… "일터로 가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


"어렵지만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전염병으로 죽지 않는다 해도 굶어서 죽을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영세 상업지역을 방문하고 있던 때, 한 지지자가 그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그러자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맞는 말이다. 때로는 예방조치가 전염병 자체보다 더 나쁠 때도 있다"며 "사람들은 집이 아니라 일터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리는 무슨, 일터로 돌아가라"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3일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044명으로 중남미에서 피해가 가장 크다. 누적 사망자도 324명이다.



그런데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 회생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도 "브라질이 계속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당신은 브라질에 닥칠 불행, 혼돈, 배고픔, 그리고 비참함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라질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 /사진=AFP브라질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 /사진=AFP
브라질 보건부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최소한 3개월간 사회활동과 근로에서 제외하고 종교활동 참여 자제,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반인과 접촉을 줄이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 지방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건부 권고를 무시하고 브라질리아 시내를 다니며 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독단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언론이 '작은 독감' 같은 병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 회사와 학교 모두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중에 우리가 겪게 될 실업률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족히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를 현실로 맞서자. 삶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지사들, 대통령에 "제발 지침 지켜달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냄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AFP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냄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AFP
트위터는 공식적인 공공보건 정보에 위배되는 콘텐츠를 다루는 규정에 따라 보우소나루의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국제보건기구(WHO)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겨냥해 "코로나19는 단순 독감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과 공공보건 시스템 확대를 촉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매일 저녁 8시쯤 발코니나 창가에 서서 냄비를 두드리며 냄비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급기야 지난주 브라질 전체 주지사 27명 중 25명은 자체 긴급 회의를 마친 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매장 폐쇄와 접촉 제한권고 등이 담긴 보건부 지침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 엉망인 경제…더 악화하면 못 버틴다
마스크를 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마스크를 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
우파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로 중산층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초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성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0.5%에 불과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미 엉망인 경제가 더 악화하면 오는 10월 지방자치선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달 23일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응답자 중 34%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48% 수준이었다.

상파울루 소재 비즈니스스쿨인 인스퍼의 정치학자 카를로스 멜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위기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면서 "앞으로 그는 경제가 추락하면 '나를 비난하지 말고 주지사들을 비난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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