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 줘라" 산소호흡기 양보하고 떠난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4.0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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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85만명이 넘는 등 빠르게 확산하면서 의료장비 부족 문제가 커지고 있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호흡기도 마찬가지인데, 다른 사람을 위해 이를 양보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다른 환자 줘라" 산소호흡기 양보하고 떠난 사람들


"난 충분히 살았다"
31일(각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벨기에의 90세 여성 코로나19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양보한 지 이틀 후인 지난 22일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쓰고 싶지 않다. 더 젊은 환자를 구하라"면서 "난 이미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에게는 딸이 있지만 벨기에 정부가 다수의 모임을 막으면서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 주 전에는 이탈리아의 돈 주세페 베라르델리 신부(72)가 마찬가지로 산소호흡기를 양보한 뒤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3일 현지 매체 아라베라라에 따르면 그는 보도 수일 전 북부 베라가모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북부 지역은 유럽에서 가장 감염자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도 환자가 몰린 곳이다. 산소호흡기는 그가 알지 못하는 젊은 코로나19 환자에게 건네졌다. 베라르델리 신부는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돈 주세페 베라르델리 신부. /사진=이탈리아 카스니고 교구(Oratorio Casnigo) 홈페이지돈 주세페 베라르델리 신부. /사진=이탈리아 카스니고 교구(Oratorio Casnigo) 홈페이지
"나이가 중요한 건 아냐. 필요한 사람에게…"
호흡기 양보를 미리 선언한 사람들도 있다.

ABC방송 계열의 미국 피츠버그 지역매체 'WTAE-TV'는 30일(현지시간) 간호사 출신 달린 프레이어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65세의 이 여성은 산호호흡기가 모자란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만일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살아야 할 삶이 있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네 아이가 있는 젊은 엄마의 호흡기를 가져오고 싶지 않고, 장애가 있는 자식과 사는 70세 부모의 호흡기를 가져오고 싶지 않다"며 양보받을 사람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응급의사 브라이언 골드만 트위터캐나다의 응급의사 브라이언 골드만 트위터
캐나다의 응급의사 브라이언 골드만도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이 됐을 때 산소호흡기나 심폐소생술(CPR)을 거부하겠다고 적었다. 자신에 대한 치료 중에 동료의사가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네티즌이 댓글로 관심을 보인 이 글에서 그는 "이는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결정"이라며 "단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가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각국은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마련하는 데 온힘을 쏟는다. 19만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온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 민간기업들이 의료기기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우선 산소호흡기를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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