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오정은 기자, 이영민 기자 2020.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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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19발 식탁의 변화, 가정간편식(HMR)의 재발견

편집자주 전례없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며 산업지형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가정의 식탁도 예외는 아니다. 아빠의 장기 재택근무와 아이들의 개학 연기에 주부들은 매일 삼시세끼 준비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정간편식(HMR)이 주부들의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며 엄마손맛을 대신하고 있다. 혼밥의 대명사에서 식탁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HMR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20년차 주부 김 모씨는 개학이 한달 이상 연기된데 이어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다는 얘기에 한숨이 나온다. 4개월째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할 판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재기 분위기에 처음 사 본 즉석밥과 즉석국, 찌개 제품이 그래도 위안이다. 반신반의하며 구매했지만 생각보다 맛과 품질이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2-3일에 한 끼 정도는 '간편식' 상차림을 내놓으며 수고를 덜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자가격리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보건소가 보내준 생필품들에는 즉석밥, 컵밥, 즉석 찌개·국, 즉석죽, 반찬 등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제품이 담겨있었다. 인증샷을 본 사람들은 '식사'를 챙겨주는 정부를 하나같이 칭찬했다.



◇길어진 '집콕'…처음 접한 간편식 품질에 '엄지 척'
'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개학 연기 기간이 길어지는 등 '집콕'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의 간편식 제품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2~3월 출고량이 평월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핫도그, 튀김류 등 간식류 제품은 50% 늘었고 밀키트 '쿡킷'은 매출이 전월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대상은 2~3월 간편식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냉동밥과 국탕찌개류가 47%, 36% 성장했다. 풀무원도 2월 냉동밥 매출이 12월 대비 4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으로 간편식 제품을 이용해 본 고객들이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됐던 지난 2월말 진행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2월 마지막주 즉석밥, 국탕찌개 등 간편식 제품을 구입한 응답자 가운데 첫 구입은 2.7%, 4.1%로 나타났다. 가구수로 추정할 경우 약 26만6000가구와 41만가구가 즉석밥이나 국탕찌개를 처음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전골·생선구이까지…수천억원 투자 HMR, 준비된 '맛·품질' 빛본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기술 발달로 간편식의 품질은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엄마 손 맛보다 못한' '부실한 한 끼' 정도의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 간편식을 접해 본 주부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면서 재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시장확장의 준비를 갖춰온 간편식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기회를 잡은 셈이다. 간편식의 부상은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생산설비 투자와 함께 다양한 부문의 간편식 제품을 신규 개발하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국, 탕, 찌개나 수산 메뉴류, 간식류까지 제품군이 크게 확대됐고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까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간편식 시장규모는 3조2000억원 수준이며 지난해는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같은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라면, 간편식, 캔류 제품을 비축하려는 소비가 몰렸다가 점차 진정화 되는 흐름을 보이겠지만 간편식의 경우 신규 유입을 통한 취식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성향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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