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본시장의 링겔만 효과 극복을 위한 방법

머니투데이 김동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2020.04.0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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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 사진제공=금감원김동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 사진제공=금감원


학창시절, 운동회나 체육대회에서 줄다리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줄다리기는 모두 함께 줄을 당겨야 해 협동과 단결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줄다리기를 하면서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고 말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개인별로는 힘을 덜 쓰는 경향이 있어서다. 집단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날 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것, 이것을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부른다.

링겔만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사례를 자주 찾을 수 있다. 2018년 중국 에너지기업인 CERCG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부도사건,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이다. 당시 다수의 금융회사가 설계‧제작‧판매 과정에 참여했지만 상호 검증을 통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참가자들이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에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혁신이 거듭되고 금융투자상품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참여하는 관계자들은 많아진다. 투자자는 휴대폰 모바일 앱에서 손가락 하나로 간편하게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그 상품에 연관된 금융회사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 등 여러 곳이다.

일례로 ‘해외금리 연계 DLF’와 같은 복잡한 상품들은 자산운용사가 만들고 증권회사나 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판매된다. 이들은 자본시장의 신뢰성과 효율성 확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수익만 극대화하고 투자자보호 책임은 회피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개별 회사의 단기 수익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상실은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링겔만 효과의 부정적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가자들의 명확한 공통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별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각자의 임무를 잘 조율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금융투자상품별 관리체계(Product Governance)에 중점을 두는 제도 보완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별 투자자보호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상품별로 설계‧제조‧판매‧사후관리에 대한 단계별 감독을 연속성 있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감독당국은 올해 하반기 파생상품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생애주기(Life-Cycle)별 감독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투자상품의 설계‧제조‧판매회사가 어떤 금융회사이든 간에 상품 생애단계별 일관된 기준의 투자자보호 체계를 운용하려는 것이다.


설계‧제조 단계부터 상품의 위험도 체크, 목표시장 설정, 판매전략 관리 등 불완전판매 방지 시스템이 적용된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설계‧제조회사와 판매회사 간의 상품제조 및 판매 관련 정보공유 등 협력의무도 부과된다.

하지만 제도개선이 효과를 보려면 금융기관의 보조가 필요하다. 정해진 법규만 준수하면 된다는 소극적 책임회피로는 안된다. 적극적인 투자자보호 원칙준수의 노력을 보여줄 때다. 개선된 제도를 경영진이 나서서 내부통제체계에 반영하고 관련 시스템의 원활한 정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어느때보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중요한 시기다. 금융기관은 이럴 때일수록 단기적 이익보다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성 제고라는 대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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