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배당시즌…외환시장 다시 '긴장모드'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0.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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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결산법인 배당지급에 역송금 수요↑…美 환율보고서 민감도는 낮아

2019년 3~4월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2019년 3~4월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연말 결산법인 배당지급 시즌이 돌아오면서, 외환시장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년 3월말부터 4월은 결산법인 배당지금이 집중되는 시기다. 결산배당 일정은 통상 12월 연말결산, 3월 주주총회, 4월 결산배당 순으로 진행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내달 17일까지 결산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현대차 등도 4월중 결산배당이 예정돼 있다.



결산배당은 외환시장에서 일종의 '계절풍' 역할을 한다. 단기간 내 역송금 수요를 높여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다. 배당금을 지급 받은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달러화로 바꿔 본국에 송금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안 그래도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태인데 수급 측면에서 달러 수요 우위가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방압력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결산배당 규모가 전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결산배당이 4월 경상수지 적자 기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경계감은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경상수지는 3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배당소득수지가 포함되는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41억8000만달러로 크게 늘면서 83개월 연속 경상흑자 기록이 깨졌다.

하건형 연구원은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이나 주총 연기 등으로 인한 배당 분산 등으로 실제로 나가는 자금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심리가 중요한 상황으로 과거 배당시즌마다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경험이 있고,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감안해 미리 움직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는 원/달러 환율 수준에 맞춰 외국인 투자자들이 송금 시기를 늦추기도 하겠지만, 시장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경우 현재 환율 레벨에서도 배당금을 환전해서 나갈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부터 시중에 풀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은 유동성을 넉넉히 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원/달러 환율 향방을 좌우하는 수급요인이나 경기 펀더멘털 개선 요인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4월 환율보고서 영향 미미할 것"
또 다른 계절요인인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대해서는 민감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취지는 인위적으로 자국통화 가치를 낮춰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득을 얻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중국과의 무역협상 문제가 얽히면서 보고서 발표가 1~3개월씩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정책공조 필요성이 높아지고, 환율보고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무기로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유미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 환율보고서로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최근 발표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발표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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