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풍속도' 프랑스 가정폭력 발생하면 약국에 신고

뉴스1 제공 2020.03.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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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외출금지로 가정폭력 32% 급증
정부 약국이 가정폭력 신고기관 역할 겸하도록 조치

프랑스의 한 약국 © AFP=뉴스1프랑스의 한 약국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제한령을 시행하자 가정폭력 사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까운 약국에 가서라도 도움을 청하라"며 대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6일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동안 전국적으로 가정폭력 건수가 32%, 파리에서는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 이동제한 조치가 가정폭력 환경 조성 : 프랑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전국민을 자택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사유서를 작성, 소지한 채 외출할 수 있게 했다.

카스타네 장관의 발표대로라면 가정폭력 사건이 이동제한령 시행 직후부터 폭증한 것이다.



카스타네 장관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도입한 대책이 불행하게도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고 말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 프랑스 유명 국가대표 육상선수인 벤자민 콤파오레가 가정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성단체 활동가 파티마 베노마는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남성들이 이동제한으로 스트레스를 받자 그것을 아내에게 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노마는 "그들은 집 안에서 24시간 내내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음식, 집안일 등에 불만을 제기한다"며 "이같은 상황이 점점 악화해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7일부터 적용된 이동제한령은 당초 30일까지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는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 "약국에서 마스크19를 요청하세요" : 프랑스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27일 카스타네 장관은 "약국이 가정폭력 신고기관 역할을 겸하도록 프랑스 약사협회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약국에 신고 버튼을 비치하고, 피해자로부터 폭행 사실을 전달받은 약사가 이 버튼을 눌러 직접 수사기관에 연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피해자가 약국에 남편과 동행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프랑스 정부는 '암호'를 쓸 수 있게 했다. 약사에게 "마스크19 주세요"라고 말하면 약사가 마스크를 건네고 신고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30일 현재 르피가로·프랑스앵포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지 언론은 "우리에겐 외출할 권리는 없지만 신고할 권리는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전화나 약국 방문을 통해 가급적 빨리 신고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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