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가 바꾸는 연구문화

머니투데이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2020.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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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휩쓴 코로나19(COVID-19)로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동안 활성화하지 못한 재택근무라든지 화상회의 등이 일상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최신 정보와 데이터의 신속한 전파가 중요한 상황에서 코로나19는 학술연구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사진=KISTI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사진=KISTI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12개국 과학기술정책 관계자가 긴급 유선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공유·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학술출판계의 자발적 협력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채택했다. 이 회의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코로나19 관련 데이터와 학술논문의 공유, 세계 각국의 적극적 협력이다. 이는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의 핵심요소인 오픈데이터(open data) 오픈액세스(open access) 오픈협업(open collaboration)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어서 코로나19로 오픈사이언스가 활성화하기를 기대해본다.



오픈사이언스는 과학계의 오래된 연구규범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오픈사이언스는 새로운 공공정책의 수단으로 재부상했다. 오픈사이언스 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 등 주요 국제기구와 유럽, 미국 등 주요 연구기금기관을 중심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오픈사이언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연구성과물을 누구나 접근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연구결과로 얻은 성과물의 공개, 즉 오픈액세스뿐만 아니라 연구와 출판과정에서 사용되거나 산출된 데이터, 소프트웨어, 검토자료까지 전연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오픈데이터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연구에는 지역이나 나라, 소속기관에 관계없이 일반시민까지도 참여하는 오픈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즉시 실현되는 오픈액세스 현상을 보면 학술논문 보유기관들은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사이트를 서둘러 개설하고 있다. 의·생명분야의 무료 논문서비스 사이트를 운영 중인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 학술지 투고 이전 최신 논문 수백 편을 공개하는 사이트를 신속히 개설했다. 세계 최대 상업출판사 엘스비어를 포함한 10여개 학술출판사도 발빠르게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오픈데이터 측면을 보면 바이러스 연구에서 중요한 DNA(유전자) 시퀀스(염기서열) 데이터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예로 세계유전자은행을 꼽는다. 현재 81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시퀀스 데이터를 수집·공유한다. 오픈협업의 경우 미국 과학자들은 ‘슬랙’이라는 메시징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논의를 했고 프리프린트 서버라는 출판 전 논문 공유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최신 논문을 공유함으로써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협력연구에서 진전을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건강과 세계 경제를 위협하지만 이런 위기와 불확실성이 과학커뮤니티에선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연구결과를 신속히 공개·협력하는 연구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글로벌 연대를 계기로 17세기 과학연구의 원형인 지식공유와 기여의 오픈사이언스가 활성화하고 코로나19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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