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반' 유학생 비난 확대…방역리셋 될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0.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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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선별진료소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각각 8개씩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유럽발 입국 외국인과 미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하루 최대 2천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2020.3.27/뉴스1(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선별진료소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각각 8개씩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유럽발 입국 외국인과 미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하루 최대 2천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2020.3.27/뉴스1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의 연이은 일탈행동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하는 우리 보건당국의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신천지 교인들이 은밀한 활동으로 집단감염을 촉발시켰다면 개방적인 문화를 접한 유학생은 드러낸 사회활동으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수 있어 무차별 확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에 입국한 유학생 19세 여성은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20일부터 어머니 등과 제주도에서 4박5일간 여행을 다녔다. 제주에 도착한 날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이 있었지만 병원과 약국을 전전하며 여행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21세 남성의 행적도 도마위에 올랐다. 25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한 후 면목역, 건대입구역을 거쳐 신촌역 인근을 활보한 사실이 알려져서다. 이와 관련해 서울 중랑구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후 귀가한 뒤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전달하고 강하게 권고했다"며 "확진자가 이를 위반한 것이 확인돼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의 해외유입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하루 51명의 해외유입 확진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 비중이 높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91명 중 19명이 해외에서 유입됐는데 이들 모두 한국인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1명, 미국이 7명, 아시아가 1명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역전되자 입국한 유학생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가격리 위반' 유학생 비난 확대…방역리셋 될라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유학생에 대한 비난은 커지고 있다. 구상권 청구와 벌금 등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의견 등이다. 특히 '검은머리 외국인을 입국시켜 방역이 리셋됐다'거나 '2달간의 셀프 자가격리가 물거품된다' 같은 감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킨 상황에서 뒤늦게 해외에서 입국한 학생들의 기본수칙 위반으로 또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해외 입국자 중) 젊은층이 많다 보니 건강하고 증상이 없어 방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가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미하거나 무증상 상황에서 전파력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증상이 없고 입국단계에서 음성이 확인이 됐다 하더라도 14일 이내에는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 대구교회의 경우 포교의 특수성으로 음지에서 활동하느라 확진자 찾기에 애를 먹었다면, 감염병이 창궐한 지역에서의 유학생 유입은 이들의 개방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불특정 다수의 무차별 감염을 촉발시킬 수 있어 또 다른 위험요소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이날부터 미국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자가격리를 유럽과 마찬가지로 의무화했다. 다만 유럽과 같이 전수 진단검사는 하지않고 있다. 정부는 미국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보다는 동남아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 조치를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검역강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에서 환자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미국과 같은 자가격리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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