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개학연기로 절실히 느낀 무상급식의 경제적 혜택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3.31 06:20
글자크기

[소프트 랜딩]코로나19 사태로 개학 연기된 탓에 4인 가구 식비 부담 증가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한 달 가량 연기되면서 학부모들은 자녀의 뒤처진 학업도 걱정되지만 늘어나는 자녀 식비 때문에 생활비 걱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전업주부인 필자의 아내는 두 명의 아이들에게 삼시세끼를 해 먹이는 일이 가장 고민스럽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봐야 고작 점심 한끼 더해진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막상 지내보니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그냥 단순한 점심 한끼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달아 세끼 식사를 오롯이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일단 한끼를 해결하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뭘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 금새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필자의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은 "우리 (점심 혹은 저녁) 뭐 먹지?"가 돼 버렸다.



보통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급식을 먹게 되면 일단 주부에게는 점심이라는 여유가 생기고 저녁 메뉴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도 주어진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침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나면 바로 점심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점심 식사를 부랴부랴 해결하고 또 설거지를 하고 나면 이젠 저녁엔 뭘 먹여야 하나 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기를 꺼려하는 상황인데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외식을 하는 모험을 감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필자의 아내는 매번 끼니 걱정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라면이나 김밥 등 간단한 분식도 하루 이틀이고 어제 먹었던 메뉴를 반복해서 먹이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자 해도 가끔 먹을 수는 있어도 자주 먹기엔 부적합한 음식들이 많고 늘어나는 외식비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필자의 아내는 예전보다 거의 두 배 이상 자주 동네 마트를 가거나 재래시장을 찾아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 재료나 국, 찌개거리, 밑반찬 등을 구입하고, 쌀, 라면, 과일을 비롯한 이런저런 재료를 사게 됐는데 부쩍 늘어난 식료품 비용때문에 부담이 느껴진다고 하소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 지출액은 36만6306원이고, 외식 등을 포함한 식사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은 35만3437원으로 이를 합하면 71만9743원에 달한다. 더구나 이는 1인 가구까지 포함된 지출액이므로 자녀가 있는 3인 또는 4인 가구의 식료품과 음식 지출비용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아내처럼 전업주부로 엄마가 집에서 자녀들의 끼니를 챙겨줄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케이스다. 맞벌이 부부는 회사에서 재택 근무를 허락해 주거나 학생들과 동일하게 개학이 연기된 교사가 아닌 이상 학교에 안 가는 아이들을 외가나 친가의 조부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맞벌이 부부는 재택근무는 근무대로 하면서 아이의 매 끼니까지 해결해 주어야 하는 통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나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먹을 땐 반찬투정없이 잘 먹던 아이가 정작 집에 있을 땐 입맛까지 까다로워져서 매일 무엇을 먹일까 고민이라고 호소한다.

맞벌이 부부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또 다른 지인의 경우에는 결국 조부모에게 맡기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는 두 아이를 평일에 외가에 보내는데 아이들만 그냥 달랑 맡겨둘 수 없어서 용돈을 겸해서 아이들 식사비용까지 얹어드려야 하기에 적잖은 경제적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전혀 들지 않았던 비용이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초·중·고교 471만여명의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에 투입된 예산은 총 3조5063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무상급식 예산만큼 초·중·고교생 가정에 경제적 혜택이 주어졌음을 보여주며, 또한 코로나19로 지난 한 달 동안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들 가정에서 이만큼 경제적 부담이 늘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초 3월 말로 미뤄졌던 개학이 다가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필자와 아내는 이제 4월 6일에도 개학이 불투명하게 되면서 고민이 배로 커졌다. 마스크 구입하는 것 못지 않게 아이들의 식사를 매끼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19 사태로 필자와 아내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학교 무상급식이 얼마나 고마운 혜택이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