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태평양' 활동 보니…피해자 이모티콘 만들어 모욕도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2020.03.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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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이 회원들과 텔레그램에서 나눈 대화 (제보자 제공) / 사진 = 뉴스 1태평양이 회원들과 텔레그램에서 나눈 대화 (제보자 제공) / 사진 = 뉴스 1


경찰이 미성년자·여성 대상의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한 텔레그램 채팅방 '박사방' 운영진 출신의 16세 피의자 A씨를 지난달 구속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태평양원정대'를 운영하며 아동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대화명 '태평양' A씨를 지난 달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은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으로 운영진으로 활동 이력을 갖고 있다.



제보자들에 의하면 '태평양'은 박사방의 운영진과 분쟁이 생기자, 박사방을 나와 '태평양원정대'라는 자신만의 음란물 유포 방을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방의 이용자 수는 최소 8000명~최대 2만 명이다.

'태평양원정대'방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 가량의 음란물이 올라왔으며,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상이나 성희롱 영상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평양'은 'N번방' 피해자들을 이모티콘으로 만들거나 성적으로 희화하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제보자들에 의하면 '태평양'은 평소 '나는 고등학생이다'라며 신분을 밝히고 다닌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제보자들은 '태평양'이 말투도 학생처럼 어렸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누리꾼들은 '미성년자여도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태평양'의 실명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며 "16살이면 어린 나이도 아닌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소년법이 제2, 제3의 '박사방'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처벌을 한다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나. 피해자들 중에는 가해자보다 훨씬 더 나이가 어린 학생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제보자들에 따르면 텔레그램과 유사한 게임 전용 메신저 어플인 '디스코드' 방에는 10대 학생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도 지난해 1월부터 회원들에게 '와이어(텔레그램과 비슷한 메신저)로 갈 것'이라고 공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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