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어느 과학 잡지에서 미래의 인간의 삶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현재 우리의 모습과 꽤나 비슷했다. 그 과학 잡지의 기사가 예언한 미래의 인간의 삶은 집단주의적인 군집 생활에서 벗어나 아주 개인적인 삶을 영유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때문에 생긴 새로운 신조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가 가라앉아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며 늘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게 인간들끼리의 ‘거리두기’고,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거리두기’니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이젠 바뀌어야 할 지도.
극장에 갈 수가 없어서, 넷플릭스에서 킹덤 시즌2를 봤다. 묘하게도 지금의 코로나19로 인한 상황과 극 중 스토리가 닮아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까지도. 좀비를 가까이하면 바로 물려서 좀비가 된다. 최대한 인간을 멀리하고 스스로 고립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단 점까지. '킹덤'에서 인간이 좀비가 되는 이유는 역병(전염병)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역병은 바로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역병에 전염된 시체를 굶주린 사람들이 나눠먹고 역병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역병의 시초는 바로 왕이었다. 묘하게 상징적이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자가 면역을 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사스나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처럼 코로나19도 조만간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그리고 우리 몸에 면역체계가 생길 것이다. '킹덤' 시즌 2의 엔딩에서 다 사라졌을 줄 알았던 좀비가 여전히 어디선가 생겨난 걸 보여주며 시즌3를 예고한 것처럼, 한 5년 후에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또 다시 우리를 습격해 올 것이다.
2003년엔 사스. 6년 후인 2009년엔 신종플루, 다시 6년 후인 2015년엔 메르스, 4년 후인 2019년에 코로나19가 나타났다. 5년 후쯤엔 또 어떤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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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나서 자생력이 길러지듯,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지구 또한 거대한 생명 덩어리. 지구가 생존을 위해 면역을 기르기 위해선 인간들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 지구가 자체 면역을 하기 위해서는 5년 정도에 한번씩 바이러스를 퍼뜨려 인간의 공격을 막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공장의 기계가 멈추고 자동차가 줄어들어 지구가 환경의 오염에서 잠시 정화될 수 있으니깐. 우리에겐 코로나19가 '킹덤'의 좀비 역병 같은 존재지만, 지구의 입장에서 봤을 땐, 우리가 바로 지구의 피를 빨아먹고 살점을 뜯어먹는 좀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동물은 많은 바이러스를 안고 사는 '과일박쥐'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박쥐에게서 뱀에게 전파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근원지로 알려진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에 가면 코로나19로 폐쇄되기 직전까지, 뱀을 비롯해 박쥐, 멧돼지, 여우, 악어, 새끼 늑대, 쥐, 공작새, 토끼, 곰 등이 식재료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지구와 동물들이 봤을 땐, 진짜 골치 아프고 무서운 좀비들 아닌가? 그런 동물들을 맛있다고 쩝쩝쩝 먹어대는 인간들 말이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