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엥글우드 소재 약국형 마트 월그린의 화장지 진열대가 비어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전체 미국인 3억3000여만명 가운데 약 30%가 집에 발이 묶인 셈이다. 외출 사유는 식료품 구매나 치료, 산책 등으로 제한됐다. 식품, 의료, 금융 등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의 사업장은 모두 폐쇄됐다.
사라진 타이레놀…손 소독제 3배 폭리뉴욕이 '셧다운'된 20일 오전 10시30분, 뉴욕시에서 10km 떨어진 뉴저지주 엥글우드의 약국형 마트 월그린.
그러나 이 남성이 살 수 있는 우유는 최대 2통. 이 매장에선 1인당 우유 구매량을 2통까지로 제한하고 있었다.
코로나19(COVID-19)의 빠른 확산과 이에 따른 외출금지령의 확대로 외출이 점점 어려워지자 신선도를 요하는 제품인 우유까지 사재기 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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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생수와 화장지를 팔던 진열대는 모조리 비어있었다. 선반에는 물건 대신 생수 등의 1인당 구매량을 2개씩으로 제한다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팔던 선반도 텅 비었다. 반면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인 '에드빌'(Advil)은 넉넉히 채워져 있었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가 이부프로펜 성분이 코로나19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대신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계열을 추천하면서다.
그렇다고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을 전혀 구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마트에서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의 약은 여전히 진열대에 남아 있었다.
최근 사재기의 주 타깃이 된 손 소독제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손 소독제 품귀에 일부 상점은 평소 가격의 2∼3배를 받으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뉴욕 인근의 한 한인 약국은 평소 3∼4달러(약 3700∼5000원)에 팔리던 퓨렐의 8온즈(236ml)짜리 손 소독제를 최근 10달러(약 1만2500원)에 팔았다. 심지어 손 세정제 한 통에 60달러(약 7만5000원), 손 세정제를 한번 눌러 쓰는데 1달러(약 1250원)를 받는 상점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50개주 가운데 최소 41개주에서 이 같은 폭리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저지주 엥글우드 소재 약국형 마트 월그린의 소독용품 진열대가 비어있다. 구매량을 2개까지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이른바 트라이스테이트(Tri-State)로 불리는 이들 3개주가 지난 16일부터 공동으로 식당 등의 방문 식사를 금지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금은 드라이브스루 등을 통해 포장된 음식을 가져가거나 배달시키는 것만 가능하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뉴저지주의 한 일식당에선 종업원 없이 업주 부부만 가게를 보고 있었다. 이 업주는 "매출이 거의 사라졌다"며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냐"고 한탄했다.
인근의 다른 한식당도 업주와 조리하는 직원 한명만 나와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업주는 "음식을 '투고'(to go·픽업)로 가져가는 손님만 있으니 평소 서빙하던 직원은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한 총기 판매점 앞에 총기 또는 탄약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AP=뉴시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네티컷주에서 지난 13일 이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만건으로 과거 평균 대비 10배로 뛰었다.
뉴욕주에선 접속 폭주로 한때 실업보험시스템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통신은 현재 3%대인 미국의 실업률이 앞으로 3개월 내 8%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대량 실업으로 생활고에 몰린 이들이 늘고 생필품 확보까지 어려워지면서 앞으로 절도, 강도 또는 약탈 등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호신용 총기와 탄약의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11일간 온라인 탄약 판매업체 아모닷컴의 판매량은 직전 같은 기간 대비 68% 급증했다.
미국 총기업체 하이엇건 래리 하이엇 회장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총과 탄약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1일 오후 6시40분 현재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4000여명, 사망자는 30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뉴욕주에서만 1만1000명 이상의 확진자와 6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