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셧다운'에 다우 2만 붕괴…11년래 최악의 한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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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뉴욕 셧다운'에 다우 2만 붕괴…11년래 최악의 한주


뉴욕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 끝에 한주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또 급락한 가운데 뉴욕주가 비(非)필수 사업장의 폐쇄를 명령했다는 소식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다시 2만선 아래로 밀렸다.

"데이터보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3.21포인트(4.55%) 떨어진 1만9173.98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깜짝 반등하며 2만선을 탈환한지 하루만에 다시 2만선을 내줬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04.47포인트(4.34%) 내린 2304.9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71.06포인트(3.79%) 하락한 6879.52에 마감했다.

이번주 5거래일간 다우지수는 무려 17.3%나 떨어졌다. 2008년 10월 이후 11년여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일주일간 S&P 500 지수는 약 15%, 나스닥지수는 13% 가까이 추락했다.



이날 뉴욕증시 급락의 배경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뉴욕주의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 둘째, 국제유가 급락. 마지막으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청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로닌캐피탈이 최저자본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한몫했다.

인덱스IQ의 살 브루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실제 데이터보다 감정(공포)에 기반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것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 멈춘다"…뉴욕주, 非필수 사업장 폐쇄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필수 사업장의 폐쇄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장인에 대한 100% 재택근무 명령을 발표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식료품 가게 등) 필수 사업체만 직원들을 출근시킬 수 있다"며 "나머지는 모두 최대한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비필수 인력에 대한 100% 재택근무 조치를 따르지 않는 사업체에는 벌금 또는 의무 휴업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쿠오모 주지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규모와 상관없이 어떠한 모임도 하지 말라고 했다. 또 설령 식료품 구입 또는 운동을 위해 외출할 때에도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 최소한 6피트(약 1.8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주는 정지 상태가 된다"며 "이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과감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사업체들이 문을 닫게 될 거란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지금은 정상적인 삶이 아니다.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캘리포니아주 이어 뉴욕주까지…미국인 6천만명 '자가격리'
전날 인구 4000만명의 캘리포니아주가 전 주민의 외출을 금지하는 '자택 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인구 2000만명에 육박하는 뉴욕주까지 외출자제령을 내림에 따라 전체 미국인 3억3000여만명 가운데 20% 가량인 약 6000만명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의 조치에 대해 강력하고 과감한 조치라며 호평하면서도 자가격리 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는 그렇게 했지만, 중서부 등 다른 지역이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미 연방정부는 각 주 지사들과 협력하고 있고, 아직 전국적인 자가격리 명령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7000여명, 사망자는 224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뉴욕주에서만 7000명 이상의 확진자와 3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뉴욕시의 확진자가 약 5000명으로 미국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사우디-러시아 '치킨게임' 공포...WTI 11% 급락
국제유가가 폭등 하루만에 다시 급락한 것도 셰일석유 업체 도산 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개입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치킨게임'식 원유 증산 경쟁에 대한 공포를 잠재우진 못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79달러(11.1%) 떨어진 22.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WTI는 24%나 뛰며 사상 최대 폭등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9시57분 현재 1.11달러(3.9%) 내린 27.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 속에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기름값 폭락을 몰고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과 관련, "내가 적절한 시기에 관여할 것"이라며 개입을 시사했지만, 이날 유가 급락을 막진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럽증시, 경기부양 기대에 이틀째 랠리...스톡스 1.8%↑

유럽증시는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ECB(유럽중앙은행)와 EU(유럽연합) 각 회원국 차원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 덕분이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5.24포인트(1.82%) 오른 293.04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 40지수는 193.30포인트(5.01%) 뛴 4048.80, 독일 DAX지수는 318.52포인트(3.70%) 상승한 8928.95를 기록했다. 영국 FTSE 100지수는 전날보다 39.17포인트(0.76%) 오른 5190.78에 마감했다.

ECB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의 대출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과 가계를 위해 최대 1조8000억 유로(약 2400조원)까지 신용대출 또는 손실 흡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각 회원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국가보조금 규정을 완화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진전을 이루고 중앙은행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세계 경제의 U자형 회복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21.80달러(1.47%) 상승한 1501.1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4% 내린 102.39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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