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후보 ‘액시온’ 존재 규명 머지않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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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액시온이 존재하는 이론 영역 전 세계 3번째 도달

액시온 존재 가능 영역과 액시온 탐색 실험 현황x축은 액시온 질량(혹은 질량에 상응하는 극초단파 주파수), y축은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결합 상수(광자로 변환되는 신호 세기)를 나타낸다. 하늘색‘QCD 액시온 밴드’는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보여준다. KSVZ와 DFSZ는 액시온의 성질을 설명하는 두 모델의 예측이다. 파란색 CAPP-8TB가 이번 실험 결과다.왼쪽부터 ADMX(어두운 녹색):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1998~2018년 실험. RBF(좌측 밝은 녹색):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에서 로체스터 대학,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공동으로 1989년 탐색. UF(녹색):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1990년 발표. HAYSTAC(우측 밝은 녹색): 미국 예일대에서 2017~2018년 실험. QUAX-aγ와 ORGAN: 각각 이탈리아 INFN과 서호주 대학에서 2019년, 2017년 발표. CAST(갈색): 스위스 CERN에서 2017년 발표/자료=IBS액시온 존재 가능 영역과 액시온 탐색 실험 현황x축은 액시온 질량(혹은 질량에 상응하는 극초단파 주파수), y축은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결합 상수(광자로 변환되는 신호 세기)를 나타낸다. 하늘색‘QCD 액시온 밴드’는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보여준다. KSVZ와 DFSZ는 액시온의 성질을 설명하는 두 모델의 예측이다. 파란색 CAPP-8TB가 이번 실험 결과다.왼쪽부터 ADMX(어두운 녹색):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1998~2018년 실험. RBF(좌측 밝은 녹색):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에서 로체스터 대학,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공동으로 1989년 탐색. UF(녹색):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1990년 발표. HAYSTAC(우측 밝은 녹색): 미국 예일대에서 2017~2018년 실험. QUAX-aγ와 ORGAN: 각각 이탈리아 INFN과 서호주 대학에서 2019년, 2017년 발표. CAST(갈색): 스위스 CERN에서 2017년 발표/자료=IBS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Axion)’ 신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이론적으로 액시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암흑물질은 질량이 현재 우주에너지의 27%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빛을 내지 않아 보이지 않으며, 정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 빛(광자)으로 변하는 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을 찾아 실험을 진행해 왔다. 과학자들은 액시온이 존재할 수 있는 질량 범위와 광자로 변환됐을 때 신호 크기 범위를 이론적으로 추정하고, 이를‘QCD(양자색소역학) 액시온밴드’라고 이름 지었다. 액시온이 존재할 경우 이 영역 내에서 신호가 발견된다는 뜻이다.



QCD 액시온밴드가 포함하는 신호 크기는 형광등보다 1억경(1024) 배나 작은 수준이다. 이 수준에 도달한 후부터 QCD 액시온밴드에 속하는 신호를 검출할 수 있어 특정 지점에 액시온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때문에 액시온을 발견하려면 탐지하는 질량과 신호 세기를 바꿔가며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QCD 액시온밴드 영역의 신호를 검출할 만한 기술을 갖추고 탐색을 진행하고 있는 실험그룹은 미국 워싱턴대와 예일대 2곳뿐이다. 워싱턴대는 액시온 질량이 1.9 ~ 3.53μeV(마이크로일렉트론볼트)인 경우, 예일대는 액시온 질량이 23.15 ~ 24μeV인 경우의 신호를 탐색하고 있다.



IBS 연구진은 6.62 ~6.82 μeV 질량 범위에서 액시온을 탐색해, 해당 질량에서는 최초로 검출 범위가 QCD 액시온 밴드 영역에 도달하고 탐색한 영역에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극저온 냉동기 내부 실험장치극저온 냉동기 내부에 설치된 실험 장비 일부. 가장 아래 금속 원통이 실험의 공진기로 사용되며, 내부에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금색 판들은 각각 다른 온도를 갖는 층들로, 이 위에 안테나로 얻은 신호를 증폭하는 증폭장치 등이 있다. 금색 판들은 가장 아래부터 50 mK(약 섭씨 –273.1도), 100 mK (약 섭씨 –273.05도), 1 K (약 섭씨 –272.15도)를 갖도록 설계되었다/사진=IBS극저온 냉동기 내부 실험장치극저온 냉동기 내부에 설치된 실험 장비 일부. 가장 아래 금속 원통이 실험의 공진기로 사용되며, 내부에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금색 판들은 각각 다른 온도를 갖는 층들로, 이 위에 안테나로 얻은 신호를 증폭하는 증폭장치 등이 있다. 금색 판들은 가장 아래부터 50 mK(약 섭씨 –273.1도), 100 mK (약 섭씨 –273.05도), 1 K (약 섭씨 –272.15도)를 갖도록 설계되었다/사진=IBS
연구진은 작은 신호 검출을 위해 강한 자기장 하에서 잡음을 최소화한 실험장치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지구 자기장보다 16만 배 강한 8테슬라(T, 자기장 단위로 1T는 지구 자기장 2만 배) 자기장을 내는 원통형 초전도 자석을 마련하고, 자석 중심에 안테나가 삽입된 금속 원통을 넣었다. 액시온은 자기장과 만나 광자(전자기파)로 변하는 데, 발생한 광자가 원통의 공진주파수와 일치하면 안테나로 이 신호를 읽을 수 있다. 각 과정은 증폭과 열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영하 273℃ 냉동기 안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2년에 걸쳐 각 과정에서 잡음을 극도로 줄이고 테스트를 거친 뒤 3달간 데이터를 수집해 결과를 얻었다.

액시온이 발견되면 현대물리학의 난제를 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물질로 이뤄진 까닭은, 태초에 빅뱅이 물질을 반물질보다 훨씬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 소멸한 뒤 물질만 남았는데, 지구도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 덕에 존재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이 우리 세계와 ‘거울세계’의 물리법칙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원자핵을 묶는 힘에는 이 물리법칙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현대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았다. ‘액시온’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입자로,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을 설명해 줄뿐 아니라 우주를 채우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물리학의 두 가지 난제를 풀 해답인 셈이다.


제1저자인 이수형 연구기술위원은 “워싱턴대가 30년 이상, 예일대가 10년 이상 연구해 온 데 비해, 우리의 프로젝트는 2017년도에 시작해 빠르게 실험 수준을 따라잡았다”며 “지금보다 두 배 넓은 질량 범위를 6개월 이내에 탐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검출기를 향상시켜 작은 신호영역을 더 빠르게 탐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물리학회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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