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뉴스1) 이동원 기자 =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이 확산하는 데다 국제 유가 30% 폭락 등 영향으로 9일(현지시각) 급락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 AFP=뉴스1
나스닥,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등 지수뿐 아니라 최근 급락한 원유 선물도 3배 레버리지에 투자가 몰린다. 심지어 하락에 3배 베팅하는 상품 투자도 증가세다. 시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변동성 큰 장세에선 자칫 손실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 상품들은 이달 들어서만 최대 90% 손실이 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순매수 상위 주요 종목 중에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채권) 상품이 상당수 올라 있다는 것이다. ETF나 ETN은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연동해 움직이는 인덱스 상품의 일종인데, 레버리지는 여기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해 기초지수 수익률의 2~3배까지 올릴 수 있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등락률을 3배만큼 추종하는 ETF다. 지수가 10% 오르면 30%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30% 떨어진다.
하락장에 3배 '베팅'하는 상품인 '프로셰어즈 트러스트 울트라프로 숏 S&P 500 ETF'(PROSHARES TRUST ULTRAPRO SHORT S&P 500 ETF) 역시 284만달러 어치 순유입됐다. 최근 미국 증시가 하루에도 10%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한 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3배 레버리지로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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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에 3배 연동하는 상품도 인기를 모은다.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크루드 오일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과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3배 크루드 오일 ETF'(PROSHARES ULTRAPRO 3X CRUDE OIL ETF)는 이달 각각 2282만달러, 634만달러 순매수했다.
최근 원유 가격이 급락 중인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6.1% 하락한 배럴당 26.9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가격 하락세는 더 빨리지는 중이다.
바닥 찍고 반등 기대…하지만 수익률 '-50~-90%'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지난11일(현지시간) WHO가 코로나19을 '팬데믹'으로 선언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뉴욕증시가 또다시 폭락한 모습이 전광판에 보인다. ⓒ AFP=뉴스1
국내에서는 2배 레버리지까지 허용하지만 3배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미국에서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수, 원유 등 3배 연동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하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지금이 '진짜 바닥'이라는 예측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손실을 보거나 원치 않는 장기투자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레버리지 특성상 등락이 반복되는 장세가 오래 지속될 수록 손실이 커져 장기 투자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실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경우 이달 들어 최고 88.89달러에서 현재 43.32달러로 반토막 났는데, 이 기간 나스닥100 하락폭(16.48%)의 3배 수준이다. 원유 3배 상품은 이달 들어서만 90% 손실이 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가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이 진행 중이어서 지금이 진짜 바닥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