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대란…돈 줄 묶인 기업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3.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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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1조원대 순매도로 코스피가 2.47% 하락해 1,672.44p로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2%대 상승해 514.73p로, 원달러환율은 17.5원 상승한 1,243.5원으로 마감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1조원대 순매도로 코스피가 2.47% 하락해 1,672.44p로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2%대 상승해 514.73p로, 원달러환율은 17.5원 상승한 1,243.5원으로 마감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코로나19(COVID-19)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금경색과 실적둔화로 인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이어 하락하는 등급 대란이 나타날 조짐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은행대출 차환 등 기존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으나 특히 항공부문은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한신평의 판단이다.



대한항공은 BBB+(안정적)에서 BBB+(하향검토)로 조정됐으며 한진칼도 BBB(안정적)에서 BBB(하향검토)가 됐다. 현금흐름이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곧 신용등급을 하향시키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같지만 최근 HDC컨소시엄에 인수되며 그나마 여력이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항공 뿐 아니라 이달 초에는 △현대로템 A-(부정적)→BBB+(안정적) △에코마이스터 B-(하향검토)→CC(하향검토) △OCI A+(부정적)→A(안정적) 등의 기업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 16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계류되어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항공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늘어나고 있어 항공사별 자구책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적 항공사들의 국제선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2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줄었다. 2020.3.16/뉴스1  (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 16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계류되어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항공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늘어나고 있어 항공사별 자구책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적 항공사들의 국제선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2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줄었다. 2020.3.16/뉴스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12일 “한국 기업들은 교역 및 수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취약하다”며 “현재 등급을 부여한 한국 기업 가운데 23%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전반적으로 생산측면의 영향은 부정적이며, 판매측면의 영향은 더욱 부정적”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판매측면 모두에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공운송, 호텔, 유통, 영화상영 등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중심 산업의 경우 수요급감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도 공급차질, 전방산업의 부진 등으로 적잖은 기간 동안 실적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 부품 산업은 중국으로부터 부품공급은 재개됐지만 주요 시장인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판매부진 같은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락과 기업에 대한 우려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키움캐피탈(BBB)은 500억원 모집에 170억원 만이 참여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나은행 10년 만기 후순위 채권(AA)도 3000억원 모집에 2700억원만 참여했다.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의 파격적인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공포에 뉴욕증시가 다시 폭락을 하자 트레이더가 전광판을 보고 놀라고 있다.  ⓒ AFP=뉴스1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의 파격적인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공포에 뉴욕증시가 다시 폭락을 하자 트레이더가 전광판을 보고 놀라고 있다. ⓒ AFP=뉴스1
증시에서의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아직까지는 크게 위축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이미 납입을 완료했거나 납입이 예정된 IPO(기업공개) 공모, 유상증자, CB 및 BW 발행 등의 자금조달 건수는 202건으로 지난해 1분기(204건)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1분기 3조7269억원에서 올해 3조2436억원으로 13% 줄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의 전망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의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우리가 주관하는) 자금조달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자금조달 스케줄이 취소된 케이스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도 기업도 몸을 사리기 때문에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대개 1분기 말이 돼서야 12월 결산법인의 재무제표가 확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기 때문에 2분기부터 자금조달이 늘어나는 게 보통”이라며 “현재의 상황에서는 발행가의 기준이 되는 주가는 물론이고 기업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져 자금 경색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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