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에 "9월 학기제로 바꾸자"…과거 무산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20.03.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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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상 초유의 벚꽃 개학⑥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일이 4월로 연기되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개학일은 더 연기될수도 있다고 한다. 수능을 앞둔 고3은 멘붕 상태다. 4월 벚꽃 개학 이후는 어떨지 진단해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당국에서 초·중·고등학교의 추가 개학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6일 오후 대전 둔산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당국에서 초·중·고등학교의 추가 개학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6일 오후 대전 둔산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코로나19로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이번 기회에 9월 학기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잡힐 때까지 학교의 문 열기가 어려워지자 이번 기회에 1학기를 전면휴학하고 미국처럼 9월 학기제로 돌리자는 것.

17일 오후 2시 기준 청와대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는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 32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자는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2주 이상의 시간이 지나는 종식의 시간이 오지 않는다면 개학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3월 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아예 9월로 개학을 미뤄 이번 기회에 9월 신학기제로 변경할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9월 학기제 논의의 '흑역사'
전국이 맑은 날씨를 보인 서울 중구 남산 일대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간 가을./사진=김창현 기자(머니투데이 DB)전국이 맑은 날씨를 보인 서울 중구 남산 일대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어간 가을./사진=김창현 기자(머니투데이 DB)
9월 학기제로 변경하자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차례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9월 학기제가 구체적인 논의로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문민정부 시절이었다. 1997년 6월 2일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교육개혁방안 논의 과정에서 초 중등교육의 혁신과 교육의 국제화·세계화 시대 대비 차원에서 '9월 신학년제'로 전환이 제안된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인 2007년에도 수업연한 조정 등 학년제 개편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9월 학기제'가 학제개편안에 다시 검토과제로 포함 됐다.당시 교육부가 주관하는 학제개편팀이 구성 운영되는 등 전환작업이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전환효과보다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라며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 와서도 교육 국제화 방안 측면에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과 학기 시작을 맞추자며 9월 학기제가 제안됐다. 그러나 역시 현실화 되지 않았다.

학제 개편에 따른 사회적 혼란, 전환에 따른 비용의 효용성이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 비용을 최대 10조원으로 추산했는데 코로나19로 개학 일정이 늦춰지는 지금이 바로 적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9월 학기제, 찬성: 국제통용성 VS 반대: 비용·혼란 초래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가을학기제에 대한 찬반은 명확하게 갈린다. 가을학기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주근거는 국제적 통용성이다.

해외로 나가는 학생이나 해외에서 들어오는 학생 등 교육 교류가 국제화 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봄에 첫 학기를 시작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 호주 뿐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9월 신학기제를 채택하다 보니 한국인이 유학을 가거나 외국인이 유학을 오는 경우에 6개월간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학사운영상으로도 9월 학기제를 시행할 경우 수능시험 이후 생기는 학업 공백을 줄이고, 여름 방학을 늘려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의 신체 발달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학연령을 6개월 가량 앞당기고, 사회 진출도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9월 학기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재정적·경제적 비용에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을학기제 전환으로 사회적·관행적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 보고서는 교원 증원과 학급 증설, 대학 입시, 취직 등 각종 사회적 혼란 비용으로 약 8조~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입학이나 졸업은 물론 기존 입시방식과 절차, 기업의 고용 시기, 행정고시 등 정부의 각종 시험 시기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사회적 비용의 과다와 효과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전체 생활리듬을 바꾸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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