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확진자 1/4이 교회 감염인데…예배 '금지' 안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3.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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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앞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16일 오전 경기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앞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소재 교회에서 여러 차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코로나19의 주요 전파지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가 도내 교회 100여곳을 대상으로 예배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교회가 향후 코로나19 방역 문제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경기도 확진자 1/4은 교회…결국 행정명령까지
1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의 확진자는 47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어 수도권에서 2번째 규모다.



경기 부천시 생명수교회와 수원시 생명샘교회 교회에서도 각각 15명,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도 전체 확진자 262명 중 약 27%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들 교회의 확진자 발생시기는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예배 자제를 당부하던 2월 말~3월 초에 집중돼 있다.

그러자 경기도는 17일 방역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교회 137곳을 대상으로 2주간 예배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신천지가 아닌 종교시설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던 이달 7일 종교집회 금지명령 가능성을 한 차례 제기한 적 있다. 하지만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Δ발열 체크 Δ마스크 착용 Δ2미터 이상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후 교회가 코로나19 주요 집단감염지로 떠오르며 주민 불안이 높아지자 결국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제예배 금지, 전문가들 의견은?
경기도가 예배 금지 조치에 더해 추가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정부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날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기 위해서는 강제 조치로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국민적 이익이 있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개신교계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취지의 반발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전면적 예배 금지를 두고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간호사 출신인 오지은 법무법인 선의 대표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선언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자원이나 인력을 필요한 곳에 우선 배분하기 위해 종교집회를 더 확실하게 막을 필요가 있다"며 "종교의 자유는 그 이후의 문제이며 온라인 예배 같은 대안도 있고 영원히 금지하는 것도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종교시설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다 집단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예배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종교시설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의 유증상자를 찾아서 검사하는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천 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종교의 자유와 검역의 충돌이라기보다 정부의 가이드 부재에서 빚어지는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지금 정부는 뒷짐만 지고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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