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승배 기자 = 13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교대하고 있다. 2020.3.13/뉴스1
#평소 잔병치레가 잦던 대학생 김모씨(25)는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나거나 편두통을 겪을 때도 "혹시 코로나일까" 싶은 불안감에 극도로 시달리는 것이다. 김씨는 온종일 걱정을 하다 보니 이젠 실재하지 않는 증상을 느끼는 듯한 '상상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상에도 이같은 '상상코로나'를 비롯해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을 털어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직장인 김모씨(28)도 '상상 코로나'와 더불어 주변인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등 외출을 자제하던 김 씨는 최근 두통과 설사 등 건강 이상에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느꼈고, 곧이어 자신과 최근 만난 사람들을 의심하고 비난하려는 심리가 들었다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 씨는 "남자친구가 최근 피씨방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모든 게 그의 잘못같이 느껴졌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왔다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아 말다툼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감염병은 단지 신체의 질병을 넘어 사회 전체를 심리적으로 뒤흔드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큰 충격)일 수 있다.
이에 플로리다 마이애미 의과대학 제임스 슐츠 박사팀은 "공포, 불안감, 죄책감,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등의 심리적 변화들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단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슐츠 박사팀이 밝힌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른 심리 변화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에 대한 감염 공포, 그로 인한 잔소리가 늘고 가족 성원 간의 마찰이 생기는 것"부터 "죽음 등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죄책감, 분리불안" 등이 포함돼 있다.
'상상 코로나'에서 벗어나려면? "뉴스는 잠시 안녕,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외벽 광화문글판에 천양희 시인의 시 '너에게 쓴다'의 한 구절이 새겨져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과제로는 'TV를 하루 종일 보지 않는 것'이 꼽힌다.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에 따르면 종일 코로나 관련한 부정적 소식만 보는 것은 여러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전, 오후 등 잠시 시간을 정해 정보를 확인하는 식으로 필요한 양만큼의 정보만을 접해 우울하고 불안한 정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만의 불안 아닙니다…정부·전문기관의 도움 손길 받으세요
서울특별시 COVID19 심리지원단 홈페이지
서울시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코비드(COVID)19 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심리 안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코비드 심리지원단 제공 심리 안정 콘텐츠는 공식 홈페이지( http://covid19seoulmind.org/)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보건복지부·국가트라우마센터는 최근 '코로나19 마음건강지침'을 제작해 대국민, 아이를 돌보는 어른, 자가격리자, 의료진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심리 건강 지침을 전달했다.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치유레터에서 "조심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주변 사람은 함께 이 병을 이겨낼 동료이지 좀비 영화 속 가해자들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채 교수는 이어 "인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전쟁을 여러번 겪고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퇴치했고 무력화시켜왔다"면서 "최전선에서 우리는 잘 이겨내는 것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해낼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