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직격탄..그룹 위기 '방파제'인 두산중공업 왜 흔들리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3.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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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직격탄..그룹 위기 '방파제'인 두산중공업 왜 흔들리나?


이제 관건은 일부 직원 휴업검토까지 나선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의 위기가 두산그룹 전체로 옮겨 붙을지 여부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룹 중간 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두산건설처럼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들에서 발생한 부실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일 두산중공업의 휴업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증권가에선 "경남 창원공장 전체나 일부의 조업중단이나 사업중단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회사 내부에서도 전체가 문을 닫는 것처럼 전해져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휴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휴업 카드는 앞서 경영난으로 순환휴직과 명예퇴직을 시행한 연장선 상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이례적 조치를 준비할 만큼 위기 상황이 심화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룹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두산 (137,600원 ▲2,600 +1.93%)그룹은 2013년부터 재무적으로 수난을 겪었다. 직접적 원인은 두산건설 부실이었다. 두산건설은 2013년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2700세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일산위브더제니스를 준공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기업 부실이 시작됐다.

2007년 인수한 밥캣(현 두산밥캣)도 재무 부담의 뇌관이 됐다. 당시 4조5000억원 을 들여 밥캣을 인수했는데 인수금액의 80% 정도가 차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밥캣 실적도 추락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가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에 매각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과 두산밥캣 지분을 파는 등 자산매각이 이어졌다.

다만 이런 상황이 그룹 지주사격인 ㈜두산으로까진 전이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두산건설 (1,240원 0.0%)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거느린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그룹 중간 지주사로 자회사 재무부실 지원을 떠맡았다. 특히 2013년 이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정산을 통해 총 1조7000억원을 두산건설에 지원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과거부터 쌓여왔던 계열사 부실 지원과 탈원전에 따른 사업 부진까지 겹치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6년 3조원대 수준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5조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72%에서 186%로 뛰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이 노조에 보낸 휴업 검토 협조 문서를 통해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명예퇴직과 일부 휴업 등 구조조정 방안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경영 정상화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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