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트럼프 "급여세 면제"…경기부양 기대에 5% 급반등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1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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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트럼프 "급여세 면제"…경기부양 기대에 5% 급반등


뉴욕증시가 '블랙먼데이'의 충격을 딛고 5% 가까이 급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까지 급여세를 면제하는 등의 감세를 제안하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기대감이 주가를 나락에서 건져올렸다. 국제유가의 반등도 한몫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7.14포인트(4.89%) 뛴 2만5018.1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도 135.67포인트(4.94%) 오른 2882.2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93.58포인트(4.95%) 상승한 8344.25로 마감했다.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5% 이상 뛰었다. 대형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도 각각 6% 이상 올랐다.



전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7% 이상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9일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격 증산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친 결과였다.

러시아 감산 합의 기대에 유가 10% 급반등
전날 29년만에 최대 폭락세를 연출했던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급반등하면서 이날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사우디 주도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안을 반대했던 러시아가 다시 감산 합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23달러(10.4%) 급등한 34.36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8시16분 현재 3.30달러(9.6%) 뛰어오른 37.66달러에 거래됐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알레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석유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OPEC과 함께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OPEC이 요구한대로 추가감산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하루 150만배럴의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그러자 사우디는 7일 오히려 석유 증산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의 배럴당 6~8달러 인하를 발표하며 국제유가의 폭락을 몰고왔다.

전날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20% 이상 폭락하며 걸프전이 벌어진 1991년 이후 29년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었다.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러시아를 감산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고,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은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연말까지 급여세 면제"…코로나·재선 이중포석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주가 반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집권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행정부에서 구상 중인 경기부양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급여세를 올해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완전 면제하거나 영구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감면 규모가 300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11월 대선까지 급여세 인하 정책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여세 감면을 코로나19 사태에 맞선 경기부양책 뿐 아니라 재선 전략으로도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급여세 인하안을 통과시켜줄지 미지수다.

CNBC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국제유가 폭락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 셰일오일 업계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급여세 감면과 시간제 근로자 및 항공·숙박·크루즈 업계 지원 등을 비롯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경기부양책에 대해 논의했고, 여러분도 곧 그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며 "대단한 만남이었다. 공화당은 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도 배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코로나, EU 모든 회원국에 전파...스톡스 1%↓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유럽증시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유럽 내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EU(유럽연합) 27개 회원국 모두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3.86포인트(1.14%) 떨어진 335.64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내 '슈퍼전파국'의 오명을 쓴 이탈리아의 밀라노 증시에서 FTSE MIB 지수는 605.73포인트(3.28%) 급락한 1만7870.18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49.53포인트(1.41%) 하락한 1만475.49,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71.30포인트(1.51%) 떨어진 4636.61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 100지수는 5.54포인트(0.09%) 내린 5960.23에 마감했다.

이날 유럽 질병통제센터는 EU 내 마지막 '코로나19 청정국가'로 남아있던 사이프러스에서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약 1만5000명으로 최근 4일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선 첫 발병 이후 약 20일 만에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977명 늘어난 1만14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의 1797명보다는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100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8만904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하루 동안 168명 증가한 631명으로 파악됐다. 최근 100명 아래로 떨어졌던 일일 사망자 수가 다시 증가한 셈이다.

이탈리아에서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2%로,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평균치 3.4%를 크게 웃돈다. 상대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인구 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EU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해 유동성 공급 등 '모든 수단'(all the tools)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 27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화상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경제가 이 폭풍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즉각 75억유로(약 10조원)의 돈을 풀고, 250억 유로(약 34조억원)의 투자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장에 배석한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우리는 필요한 모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응책으로 Δ국가보조급 지급 규정 완화 Δ기업의 유동성 지원 Δ공공 재정에 대한 유연성 허용 등을 제시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림세였다. 이날 오후 3시21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24.80달러(1.48%) 하락한 1650.9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1.68% 오른 96.57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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