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코로나19' 쇼크에 유가 급락까지…오일전쟁 서막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강기준 기자, 뉴욕=이상배 국제부특파원, 김주동 기자, 김성은 기자, 임소연 기자, 안정준 기자, 주명호 기자, 이건희 기자, 유선일 기자, 세종=최우영 기자, 안재용 기자 2020.03.11 04:30
글자크기

막오른 '오일전쟁'(종합)

편집자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경제 충격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정부와 셰일업체를 겨냥해 생산을 더 늘린다. 29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한 유가와 눈앞에 닥친 역오일쇼크의 파장은 어떨까.



"코로나+유가급락, 더블 블랙스완"…막오른 '유가전쟁'
[MT리포트]'코로나19' 쇼크에 유가 급락까지…오일전쟁 서막


국제유가가 19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유가전쟁(oil price war)'의 서막이 올랐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15달러(24.6%) 급락한 31.13달러에 마감했다. 1991년 1월17일 이후 29년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9시36분 현재 10.9달러(24.1%)나 내려앉은 34.2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일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러시아의 반대로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사우디가 7일 오히려 석유 증산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의 배럴당 6~8달러 인하를 발표한 탓이다.

AFP통신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하지 않아 사우디는 화가 났다"며 "사우디는 20년만에 가장 큰 폭의 가격인하를 단행했고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을 채가면서 에너지 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요가 줄었다…"바이러스가 블랙스완"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도 줄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하루평균 9만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수요 감소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IEA는 세계 원유수요 증가량의 80%를 담당하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 하루평균 73만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존 킬더프 뉴욕 어게인캐피털LLC 에너지전문 분석가는 "코로나19는 석유 시장에 '블랙스완'(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발생할 경우 시장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며 "바이러스 발병 직전까지만도 석유 수요 전망은 밝았으나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거리에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IPO(기업공개)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사진=AFP2019년 12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거리에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IPO(기업공개)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사진=AFP
◇전문가 "유가 20달러대도 가능…코로나19로 유가 예측 어렵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러시아간 싸움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엑손모빌 자문분석가였던 알리 케데리는 미 CNBC에 "올해 유가가 20달러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라 헌터 BIS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제유가를 예측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면서 "시장은 지금 강하게 요동치고(wild oscillations)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가 2분기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요 국가들의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재정정책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부터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안분지에 있는 셰일오일 시추시설/사진=AFP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안분지에 있는 셰일오일 시추시설/사진=AFP
◇'치킨게임' 승자는 누구

코로나19 여파가 큰 데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싸움에서 '유가 붕괴(oil price collapse)'가 오고 있다.

AFP통신은 "이번 사우디와 러시아간 대결은 물론 다른 산유국간 가격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배럴당 2.80달러에 불과한 초저가 원유 생산국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높다.

매크로 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는 "러시아가 향후 3~6개월간은 치킨게임을 버티며 꿈쩍도 않을 것 같다"며 "러시아의 재정 보유액은 사우디보다 800억달러나 많고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25달러 아래로 계속 하락할 경우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에서 나오는 원유를 이르쿠츠크 원유회사의 한 직원이 손에 담아보이고 있다.(2019년 3월 11일)/사진=로이터러시아 이르쿠츠크주에서 나오는 원유를 이르쿠츠크 원유회사의 한 직원이 손에 담아보이고 있다.(2019년 3월 11일)/사진=로이터
◇셰일오일로 돈번 美정유사 디폴트·인원 감축 가능성

2014년 유가 폭락 사태 당시에도 미 정유사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중소업체는 줄줄이 파산했고, 엑손모빌 같은 대형 정유사들도 자산 매각으로 간신히 버텼다. 다만 그때보단 정유업체들이 채산성을 많이 끌어올린 데다가 다양한 헤지 전략도 갖추고 있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함께 뉴스위크는 미국이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일오일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여년간 10% 정도로까지 커졌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나 인원 감축 등을 실시할 경우 경제에 줄 여파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시영 기자, 강기준 기자, 이상배 기자

사우디가 던진 '폭탄', 美셰일업체가 맞는다
4년 전과 달랐다. 러시아가 감산을 반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치킨 게임'으로 응수했다. 석유 최강국 사우디의 증산 선언에 유가가 폭락하면서 그 여파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관련 없는 미국을 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9일 미국 뉴욕증시는 7%대 추락했다. 석유기업들이 특히 크게 하락했는데, 하루 50% 넘게 폭락한 회사도 있다. 이날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24.6% 급락한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이 정도 가격(31달러)에서는 셰일 업체 5개만 견딜 수 있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100여개 업체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을 이루고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섰다.(현재 하루 1300만배럴) '셰일오일'은 셰일 암석층에 있는 원유로, 이를 얻기 위해선 'ㄴ'자로 시추관을 꺾고 암석을 깨는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2.8달러 vs 40달러

이런 셰일업체를 향해 비관론이 나오는 큰 이유는 원가 때문이다.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대략 40달러대 초반. 지금 가격에서는 시추를 하면 손해다. 가격 전쟁을 선언한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는 생산 원가가 2.8달러에 불과하다.

[MT리포트]'코로나19' 쇼크에 유가 급락까지…오일전쟁 서막
미국 셰일업체들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백은 이날 유정 완성을 하는 팀을 9개에서 6개로 줄였다. 파슬리도 굴착장비 3개를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감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유가 추락 이전 이미 10개 넘는 셰일기업들은 상당한 부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선 전체 석유업체 중 42개가 파산했는데, 이들의 부채 규모는 260억달러로 2018년의 2배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 에너지개발업체들이 2024년 이전 860억달러의 빚을 감당해야 한다.

◇4년 전과 다른 투자자 분위기

문제는 최근 이들 업체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어 채무 감당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셰일업체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는 이날 내년 만기 채권이 18센트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엔 100센트 수준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와 내년 만기 부채가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달한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투자은행 칼 막스의 브록 허드슨 어드바이저를 인용해 "이번엔 4년 전과 달리 미국 셰일업체들이 투자자들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유가는 한때 20달러대로 떨어졌고, 이후 OPEC와 러시아는 감산에 합의한 일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셰일업체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감산으로 인한 이득은 이들이 보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데다 셰일업체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억만장자 투자가 존 아널드는 WSJ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없어 업계가 얼어붙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석유업체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대표는 "2년 안에 셰일업체 절반은 파산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냈다.

김주동 기자

'코로나에 오일전쟁' 돈줄 막힐라…증시 대참사
/사진=AFP/사진=AFP
# 코로나19(COVID-19)의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으로의 전세계 확산이 현실화된 9일(현지시간) 유가마저 25%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정실패가 원인으로 자연스레 증시와 세계경제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서킷 브레이커’(일시매매중단조치) 발동에도 불구하고 끝내 7%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사정은 조금 달랐다. 8~9일 사우디 증시에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가는 15% 하락했고 9일 석유메이저인 셰브론과 엑슨모빌 주가는 각각 15.4%씩 하락했다. 하지만 셰일 회사들은 심각했다. 아파치,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등은 50%이상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산유국의 기침이 감기 수준이었다면 석유 메이저는 폐렴, 셰일회사는 코로나 감염에 비견될 만 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전쟁은 미국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이아몬드힐 캐피탈매니지먼트의 존 맥클라인 매니저를 인용해 "월요일이면 시중에 피가 흐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예언은 맞아 떨어져 실제로 9일, 아시아 증시는 물론 미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 모두 큰 폭으로 급락해 10여년 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란 평가들이 잇따랐다.

◇하룻 새 시총 143조원 증발…은행주, 추풍 낙엽처럼 떨어졌다

/사진=AFP/사진=AFP
9일 미 증시에서는 원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측 목표의 직접 타깃이 된 셰일 관련 미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우선 두드러졌다.

아파치 주가는 전일 대비 53.9% 떨어진 9.55달러에 마감했고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53.4% 떨어진 12.51달러를 기록했다. 셰브론 주가는 15.4%, 엑슨모빌 주가는 15.4% 하락했다.

유가 전쟁의 불똥은 은행주로도 옮겨 붙었다. 미 에너지 기업들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해질 경우 그 타격은 채권자인 은행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 기업들은 정크본드를 가장 많이 발행하는 회사로 꼽히는데 이들 기업 발행 규모는 미국 하이일드(투자부적격) 채권 시장의 11%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부적격이란 신용등급에서 BB+ 이하를 뜻한다.

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가 13.6% 떨어지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이 14.7% 떨어지는 등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1200달러(143조2400억원) 어치 증발했다.

은행주 주가는 2월 들어 금리하락 분위기로 인해 꾸준히 내렸지만 이번 유가폭락으로 인해 대출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단 공포에 2017년 이후 쌓아올린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야 했다.

특히 에너지기업이 있는 미 텍사스주나 오하이오주 소형 금융기관들의 주가 하락율은 20~30%로 대형 은행주보다 더 컸다.

로이터는 "자체 조사 결과 석달 안에 미국 석유·가스 부문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물량은 182억달러로 추산됐다"라며 "이들 발행업체 대부분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가 주시된다"고 보도했다.

신용등급이 이뤄지기도 전에 일부 에너지 기업 채권은 우려를 가격에 반영중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 체서피크(Chesapeake)의 2021년 만기 도래 채권 거래 가격은 지난 6일 41.18달러에 형성됐지만 1영업일 만인 지난 9일 11.44달러까지 내려왔다.

◇"신용 위기, 기업 전반에 전염될라"

/사진=AFP/사진=AFP
"포트폴리오에 '(셰일업체가 몰려 있는) 텍사스'나 '에너지' 이름만 들어가 있어도 무조건 매도가 나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9일 매도세는 에너지 및 이들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들고 있는 은행들에 몰렸지만 전문가들은 위기감이 주식시장 전반에 퍼질 것을 우려했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일 CNBC에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이외 광범위한 고수익 채권 시장에 (위기감이) 전염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꼭 투자등급이 낮은 채권이 아니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 수요 침체에 직면한 항공업계, 자동차업계 등 제조업 전반이 신용등급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단 경고들도 나온다. 규제 기관들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기업들의 부채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단 사실을 지적해 왔다.

지난 1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미국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존슨앤존슨 등 오직 두 개 기업만이 무디스, S&P로부터 AAA 등급을 평가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많은 Baa 등급 발행 물량이 금융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니혼게이자이가 인용한 OECD 자료에 따르면 회사채 잔액은 지난해 말 시점 13조5000억달러로 추산됐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말 시점 대비 약 두 배 늘어난 수치였다.

니혼게이자이는 "OECD는 (만기가 남은 회사채는) 신용도가 낮고 만기가 길어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단 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김성은 기자

트럼프가 원하던 '저유가' 시대 열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왼쪽부터 알렉스 아자르 보건장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제롬 애덤스 외과의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업종에 대한 세금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F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왼쪽부터 알렉스 아자르 보건장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제롬 애덤스 외과의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업종에 대한 세금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FP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니 소비자들에겐 좋다!"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0%이상 대폭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트윗을 남겼다. 이날 뉴욕 증시 S&P500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려에 유가 충격까지 '이중 펀치'를 맞으며 개장 직후 7%대 폭락하고, 22년만에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되자 애써 긍정적인 점을 언급한 것이다.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그동안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산유국들에게 저유가를 유지하라고 압박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 얼떨결에 이루어졌지만, 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유가 폭락 사태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다툼으로 일어났고, 이중 가장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큰 것은 미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재선'이란 시계가 돌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의 '오일전쟁' 선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난문제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락은 셰일오일 생산 기반이 있는 텍사스와 노스다코다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영난을 일으킬 수 있는 충격파라는 예상이다. 이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 안팎으로 알려져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줄도산과 함께 미국의 성장률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

2014년 유가 폭락 사태 당시에도 미 정유사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중소업체는 줄줄이 파산했고, 엑손모빌 같은 대형 정유사들도 자산 매각으로 간신히 버텼다. 다만 그때보단 정유업체들이 채산성을 많이 끌어올린 데다가 다양한 헤지 전략도 갖추고 있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함께 뉴스위크는 미국이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일오일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여년간 10% 정도로까지 커졌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나 인원 감축 등을 실시할 경우 경제에 줄 여파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경제성과를 내세우는데, 유가 충격은 이러한 성과를 찾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정유사들의 경영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이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이 담긴 트윗과는 다르게 각종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이날 초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0.3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도 "과거엔 유가 하락이 경제에 슬램덩크와 같은 엄청난 긍정적 효과를 줬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제자리 걸음"이라고 했다.

포린폴리시(FP)는 "유권자들이 그동안 저유가를 크게 반겼다던 과거 사례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폭락이 경제까지 같이 끌어내리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가 저유가로 인한 장점을 모두 잠식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로 저유가 수혜업종인 항공업이 줄줄이 운항을 못하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야외활동을 줄이게 되면서 휘발유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강기준 기자

트럼프-푸틴 유가전쟁에 코로나까지, 그로기 경제
러시아 해양 시추선/사진=AFP러시아 해양 시추선/사진=AFP
미국(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우디아라비아(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전 세계 스트롱맨들의 자존심 싸움이 ‘코로나19’(COVID-19)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글로벌 경제를 넉아웃 상태로 내몰고 있다. 석유 시장에서 자국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유가 하락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겨뤄보겠다는 것이지만 그 댓가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발발로 석유 수요와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요구를 걷어찼다. 미국이 OPEC+(OPEC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노력에 무임승차해 유가 유지의 단물만 빼먹는 게 싫다는 이유에서다.

감산이 물거품이 되자 사우디는 급선회해 증산과 유가 인하를 선언,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3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다. 사우디는 유가를 가능한 데까지 끌어내려 러시아의 항복을 받아낼 심산이다.

지난해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지난해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그러나 러시아는 현 저유가 상황을 기회로 보고 버틸 모양새다. 특히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과 유럽국가 간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 ‘노르드스트림2’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복수의 칼을 갈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OPEC+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은 건 OPEC+의 감산으로 미국 석유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게 싫어서“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JS)도 ”러시아가 이참에 미국 셰일산업 숨통을 끊어놔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셰일 기업들은 가뜩이나 높은 원유 생산 비용 때문에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애먹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동 산유국의 생산 단가가 배럴당 10달러라면, 셰일오일 생산 단가는 배럴당 30~40달러로 높다.

미 셰일업계가 채산성을 유지하려면 국제유가가 최소 60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 2015~2016년 유가가 급락했을 때 여러 셰일 기업이 휘청였고 일부는 파산했다. 이번 가격 전쟁은 미 셰일 기업들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푸틴이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까지만해도 트위터에 ”유가가 내리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에 ‘코로나19’ 긴급회의를 열고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막겠다며 세금 감면, 유동성 공급 등 모든 카드를 총동원하기로 했다.

이날 국제유가가 30% 폭락하자 이날 뉴욕 증시 주요 지수도 장중 7% 이상 급락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매매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러시아는 중동 산유국과도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려 한다. 최근 몇 년간 조성해놓은 17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가 자신감의 기반이다. ‘유가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7일 사우디는 아시아, 미국, 유럽에 대한 공식 유가를 배럴당 최대 8달러 인하하면서 러시아 압박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저유가를 기반으로 편성해놓은 예산 덕에 유가 하락에도 큰 손해를 보지 않으리라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년간 쓰고도 남은 예산 덕에 유가가 40달러 선쯤 머물러 준다면 러시아는 정부지출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사우디 정부가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유가가 최소 배럴당 92달러는 돼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우디는 원유 생산 비용이 배럴당 2~4달러로 산유국 중 가장 낮지만, 운송 등에 드는 부가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FT는 유가가 배럴당 36달러 선까지 떨어진 지금부터 사우디가 정부지출을 줄이고 사우디 현대화 프로젝트 ‘비전2030’ 투자금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

빈 살만은 ‘비非석유’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키운다며 관광·문화산업 등을 북돋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여기에 출혈경쟁으로 오일머니까지 줄면 그의 권력 강화작업이 힘을 잃을 수 있다. 그는 최근 또다시 왕족 숙청을 단행하는 등 '왕위 계승'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8~9일 사우디 증시에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가는 15% 넘게 급락했다. 9일엔 10% 넘게 떨어지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주가는 지난해 12월 기업 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암리타 센 에너지애스팩트(EnergyAspects)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러시아를 상대로 근육 자랑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꺼내려는 전략일 수 있으나, 효과가 없을 시 전 세계 산유국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연 기자

급락하는 원유가격…정유·화학 '울고', 차·항공 '웃을까'
[MT리포트]'코로나19' 쇼크에 유가 급락까지…오일전쟁 서막
미국 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감산을 둘러싼 대립각에 국내 정유·화학, 조선, 철강업계가 동시에 떨고 있다. 반면 자동차·항공업계는 코로나19 속 호재가 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유가가 2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가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국내 정유업계는 감산 태세에 돌입했다.

정유업계는 특히 고민이 크다. 당장 높은 가격에 구매해 둔 원유 평가가치가 최근 유가 급락과 함께 급전직하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업계가 맞게 될 최대 단기 악재다.

전문가들은 정유사별로 원유 비축물량에 따라 최대 수 천 억원까지 재고평가손실이 가능하다고 계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마다 비축해 놓은 원유 비축물량은 1000만~200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며 "유가가 5달러 하락할 때 마다 업체별로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가 하락만으로도 이미 수 천 억원대 잠재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비 절감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같은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유가하락은 곧 원가 절감"이라며 "하지만 이는 수요가 뒷받침될 때 이야기로 코로나 사태로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 악재는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원유 정제 부산물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업체들은 유가 하락이 원가절감 요인이지만 지금은 수요 위축이 더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유업계는 이미 돌파구로 감산 카드를 꺼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이달 안에 기존 100%에서 85%까지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수주에서 건조까지 2~3년 시차가 발생하는 조선업계도 최근 유가 급락폭이 워낙 커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칫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유조선 발주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저조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해양플랜트 시황은 통상 유가가 높을수록 개선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도 유가 급락 충격이 전방산업인 조선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지난해에도 시황 부진에서 탈출 못한 탓에 후판 가격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진 상태다. 여기에 조선업이 유가급락 충격까지 받으면 올해도 후판 가격을 올리지 못할 수 있어 걱정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화학, 조선, 철강 업계는 급격한 유가 하락이 하나도 반갑지 않다"며 "러시아와 미국의 감산을 둘러싼 갈등이 코로나19와 맞물리면 타격이 더 클 수 있어 이번 급락이 안정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유가 폭락의 수혜 여부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통상 유가 하락은 기업 비용 절감 및 유류비 감소로 이어져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위축된 자동차 수요가 자칫 유가 하락으로 더 불거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신흥국 환율이 급변할 경우 해당 국가에 차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불안정한 환율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전날 유가 급락으로 2016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유가 하락기에는 중동과 중남미 등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해 현대차그룹이 판매 부진을 경험했다"며 "환율 변동성 확대도 수출을 많이 하는 완성차와 부품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때아닌 유가 급락이 원망스럽다. 평상시라면 유가 하락의 대표적 수혜 업종이지만 요즘 코로나 사태로 좌석 수요가 없어 항공기를 거의 띄우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익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중 하나인 제트연료 가격이 9일 기준 배럴당 43.49달러로 두 달 만에 50% 떨어졌지만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밝혔다. 그래도 항공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정비용이 줄어 호재다.

일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를 쌀 때 미리 구매해 보유하는 헤지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및 환율, 금리 등에 대해 통계적 수치와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항공유 선구매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이런 헤지 전략은 그림의 떡이다. 한 LCC 관계자는 "선구매를 통한 헤지 효과를 보려면 구매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LCC는 그 정도로 항공유를 소비하진 못한다"고 밝혔다.

안정준 기자, 주명호 기자, 이건희 기자

유가 급락으로 수출회복 요원…'D'의 공포만 키운다
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갈등으로 20%이상 대폭락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439원, 경유가 1253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2~3주 후 국내 기름값에도 반영된다. 2020.3.10/뉴스1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갈등으로 20%이상 대폭락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439원, 경유가 1253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2~3주 후 국내 기름값에도 반영된다. 2020.3.10/뉴스1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평소라면 유가하락은 항공 등 운송업계 등엔 호재가 되고 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를 동반한 현재는 별다른 혜택을 볼기대할 수 상황이다.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D)의 공포'도 키울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은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425억7500만달러로 전년대비 14.8% 감소하고 석유제품 수출은 406억3400만달러로 12.3% 줄었다. 연평균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연평균 69.66달러(2018년)에서 63.53달러(2019년)으로 하락한 영향이 크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기 팬데믹 조짐을 보이며 미국과 중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 상대국 성장률이 둔화돼 수출 회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은 수출을 더욱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선,건설,플랜트 등 다른 주력 수출 분야도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 재정난으로 해외 수주가 줄어들게 된다.

통상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서비스업종은 수혜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수요 자체가 줄면서 이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표 업종이 항공 등 운수업이다. 항공기탑승객의 경우 지난달 3째주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4.4% 줄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 운수, 자동차 등이 수혜 업종인데 코로나19로 여행·이동이 위축돼 유가 하락 혜택을 전혀 못 누리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피해 업종은 고스란히 타격을 입고 수혜 업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도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하락이 함께 온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한국의 어떤 산업이 유가 하락 혜택을 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원자재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국민의 실질소득을 늘린다. 결국은 코로나19사태가 진정돼야 유가 하락이 개인 소비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이 효과가 나올 거란 얘기다. 지금으로서는 유가 하락은 'D'의 공포만 키울 뿐이다.

이달석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수요 회복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문제인데 예측이 어렵다”며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유가 하락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대응반을 재가동해 국제·국내유가 동향, 업종별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경기 악화 전망을 동반하는 만큼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 경우 한은도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며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점인) 4월9일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기자, 최우영 기자, 안재용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