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락 日증시, 뉴욕지수 연쇄폭락 버틸까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김수현 기자 2020.03.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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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행자가 도쿄 주식거래소 주가 지수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AFP한 보행자가 도쿄 주식거래소 주가 지수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AFP


일본 증시가 9일 하루동안에만 5% 넘는 하락폭을 기록하며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불안감에 국제유가 폭락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엔화 급등까지 더해지며 강한 매도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폭락에 따른 저가매수 등에 대한 기대가 있긴 했지만 이같은 희망은 미국 증시의 대폭락으로 상당부분 꺾이게 됐다. 9일(미국 현지시간)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3851.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225.81포인트(7.60%) 내려앉은 2746.56을 기록했다.



크리스 럽키 MUFG유니언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의 고통은 결국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며 증시와 실물경제의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랙먼데이 연출한 일본 증시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 시작 10분만에 2만선이 깨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5.07% 내린 1만9698.76에 장을 마쳤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선이 무너진것은 지난해 1월4일(1만9561)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닛케이225 PBR(주가순자산배율)도 1배를 밑돌았다.



토픽스 지수도 전일 대비 5.61% 하락한 1388.97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11일(1378.28)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약 40개월 만의 최저치다.

일본의 증시 하락은 지난해 4분기 GDP(국내총생산) 수정치가 연율 7.1%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속화됐다. 이는 예상치인 6.3%보다도 부진한 수치였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으로 올 1분기 소비 위축이 예상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일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더욱이 기업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국 정부가 여행을 제한하고 학교, 기업들이 폐쇄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및 사회 활동이 멈췄고 필요 이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UBS증권의 미즈노 아키 애널리스트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영향에 의한 설비 투자 감소로 올해 설비기계 수주 전망을 전년대비 24% 감소한 9300억엔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OPEC과 러시아간 석유 생산 협상 결렬은 이미 불안정한 시장을 더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유가는 30% 폭락하며 지난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29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경기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엔화 가치 급등도 일본 증시 하락 재료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02엔대까지 추락(엔화가치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경기나 기업 실적 하락 우려가 뿌리깊은 가운데 유가하락과 엔화 급등으로 매도 압력이 강해졌다"며 "석유 관련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일본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전문가들은 증시 회복 여부는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달려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보고있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2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택하게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엔화가 3년여 만에 최고치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미 마이너스 금리 인하를 도입한 상황에서 BOJ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리 인하 카드보다는 재정 정책이 나와줘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 13조2000억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썼다.

블룸버그 통신은 "너무 일찍 부양 정책을 발표한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쇼핑객과 근로자들이 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쓸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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