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개입 나선 국민연금…최종 선택은 누구?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3.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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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기금운용위원장이 지난 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박능후 기금운용위원장이 지난 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했다.

관건은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20,750원 ▲150 +0.73%) 부사장·반도건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와의 공조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이미 분명히 한 만큼 KCGI가 포함된 '3자 연합' 편에 서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6일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초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지투알 (6,390원 0.00%)한진칼 (57,700원 ▲300 +0.52%)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단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용석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결정은 위임한 의결권 행사 권한을 회수하기로 한 것일 뿐 어느 쪽에 유리할지 말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의결권 행사 관련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금운용본부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 (21,000원 ▼50 -0.24%)그룹 측도 이날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꼈다. 그룹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결정 관련)섣불리 대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경영권 분쟁 관련 전개된 상황을 바탕으로 입장을 최대한 빨리 정해야 한다.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은 기금운용본부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안건을 넘겨받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와 그룹 안팎에선 국민연금이 최소한 3자연합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선 국민연금은 이미 KCGI와의 공조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 1월 2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행동주의 펀드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단기 시세차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는 투자 철학, 방향 등에서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KCGI는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된다.

주총을 앞둔 그룹 안팎 여론도 3자연합에 다소 불리하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소속 3개 노조가 공동 성명서를 통해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돼 있는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3자 연합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조원태 회장 측 손을 들어준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슈여서 일도양단 식의 결정을 내리는데 국민연금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권'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이 기권을 행사할 경우 표면상 조원태 회장 측이 유리하다.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지분율로 보면 조 회장 진영이 33.45%, 3자 연합이 31.98%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1.47%포인트. 2.9%의 지분율을 쥔 국민연금이 기권하면 조 회장측의 지분율 우위가 일단 유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지만 양측 지분율 차이가 작은 만큼 추후 전개될 여론전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영향을 받게 되면 국민연금의 기권이 반드시 조 회장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 결과적으로 기권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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