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한진칼 '부실 저승사자' 김석동 영입(상보)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3.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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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후보로 전격 추천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큰 역할 하실 것"

임기를 약 10개월 남겨두고 퇴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이임식을 마친 뒤 공직을 떠나며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임기를 약 10개월 남겨두고 퇴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이임식을 마친 뒤 공직을 떠나며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한진칼 (59,700원 ▼100 -0.17%) 사외이사로 '칼잡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추천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경영감시 강화, 지배구조 개선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은 포석이다.

이와 함께 사내이사로는 조 회장과 함께 석태수 한진칼 사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등 명실상부 항공경영 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 진영에 비해 전문성과 안정성이 한결 뛰어나다는 평이다.



한진그룹은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이사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조 회장 측과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 측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한진칼 주총은 오는 27일로 확정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김 전 금융위원장의 등장이다. 그는 일생을 경제관료로 살며 IMF 외환위기 대책 마련, 부실 저축은행 퇴출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거물'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여성인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춘수 마이다스 PE 대표, 박영석 서강대 교수, 이동명 전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도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원태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자 선정 과정부터 독립성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조 회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후보자 전원과 만난 적도 없는 사이"라며 "이들의 첫 상견례도 이사회를 마치고 나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금융위원장을 통해 혁신을 강조했다면 사내이사진을 통해서는 안정성과 전문성을 부각시켰다. 조 전 부사장의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 경영 배제와 전문경영인 영입을 경영권 분쟁의 최대 명분으로 삼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이에 맞서 항공사 운영의 전문성과 경험으로 맞서고 있다.


한진칼은 먼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또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CFO)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한진그룹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재무 전략 전문가다.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석태수 사장까지 3인의 항공 전문가가 사내이사로 키를 잡는 구조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항공업계는 난기류를 통과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안전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임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그동안 주인기 한국회계사연맹 회장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등 네 명의 사외이사를 가동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이 변호사의 임기 만료와 5인의 신규 추천으로 총 8명의 매머드급 사외이사 진용을 꾸리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은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 사내이사에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동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 4명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김치훈 전 상무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며 자진 사퇴한 상황이다.

조 회장과 석태수 사장, 하은용 부사장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조 회장 진영은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에 비해 항공사 운영 전문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등 한진그룹 내에서도 줄곧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의 이사 후보진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같은 날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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