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제조업 줄어드는 시대, 고용정책도 변해야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20.03.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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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단순 취업자수 늘리는 고용정책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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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제조업 줄어드는 시대, 고용정책도 변해야


지난해 고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도 일각에서는 40대와 제조업 취업자 감소, 공공 노인일자리 증가, 자영업 위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은 전체 취업자가 아니라 사회보험, 일용근로소득 등 행정자료 8종을 활용해 기업체에서 근로활동을 하는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이다.



2019년 3분기(8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는 전년 동기에 비해 63만5000개 증가했다. 전 연령대 모두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40대 일자리(3만4000개)가 늘었고 50대(23만1000개)와 60대 이상(28만개)은 크게 늘었다.

또한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도·소매, 건설업 등에서 일자리가 증가했고 제조업 일자리도 3000개 소폭 늘었다. 조직형태별로는 회사법인(20만6000개), 회사이외의 법인(17만7000개), 정부·비법인단체(15만1000개), 개인기업체(10만개)에서 모두 증가했다.



이처럼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40대와 제조업 일자리가 모두 늘었다. 또한 노령 인구 증가로 50대 이상 일자리도 크게 늘었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듯 정부 관련 일자리만 늘어난 게 아니라 회사와 개인기업체 일자리가 더 많이 늘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에 비해 임금근로자 고용 수준이 더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취업자나 일자리 수만 따지면 변화된 사회·경제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 지속적인 청·장년 인구 감소와 노령층 급증, 자영업 감소와 임금근로자 증가, 제조업 취업자 감소 같은 인구와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청·장년 인구는 감소하고 노령층 인구는 급속히 늘었다. 지난해 15~64세 인구가 –5000명 줄고 65세이상 인구는 32만7000명 늘면서 노령층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40대 취업자가 –16만2000명 감소한 것도 인구가 –13만7000명, 경제활동인구가 –17만8000명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영업 수는 2002년 621만명에서 지난해 561만명으로 줄었고 임금근로자는 1421만명에서 2044명으로 늘었다. 자영업이 줄면서 임금근로자가 늘어나 가계와 국가 경제 불안정성은 줄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해외 선진국과 비해 자영업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2018년 한국이 21.0%이나 한국을 제외한 OECD 35개국 평균은 14.4%다. 국내도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소비지출이 줄면서 자영업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조업은 조선업과 자동차업의 일부 폐업으로 2016년부터 취업자가 감소했으나 여전히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8년 기준 한국과 OECD국(29개국)의 산업별 취업자 비중을 비교해보면 제조업, 숙박 및 음식점업, 수도·공공·사회 및 기타 서비스업의 세 산업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났다. 한국이 제조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비중은 높고 수도·공공·사회 및 기타 서비스업 비중이 낮았다.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16.8%)은 OECD국 평균(14.9%)보다 높았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10.7%), 일본(16.3%), 영국(8.9%), 프랑스(11.7%)가 낮았고 독일(19.1%), 이탈리아(18.4%)가 높았다.

또한 대표적 자영업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은 한국(8.4%)이 OECD국 평균(5.0%)보다 높았다. 한국보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이 높은 데는 그리스(9.5%), 스페인(8.8%) 두 나라 뿐이었다.

반면 수도·공공·사회 및 기타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한국(25.6%)이 OECD국 평균(31.4%)보다 낮았다. 한국보다 취업자 비중이 낮은 데는 터키(21.6%), 멕시코(21.6%), 폴란드(25.0%) 세 나라에 불과했다.

지금은 인구가 증가하는 초기 경제성장 단계가 아니다. 청장년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가 줄면 취업자 수도 감소한다. 애초부터 취업자나 취업자증가수는 고용지표가 아닌데다 산업이 발전해도 취업자 수가 늘어날 거라 보장하진 못한다. 공정의 자동화, 전산화가 진행되면 제조업이 성장해도 취업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유발계수가 큰 서비스업 취업을 늘릴 필요성이 커졌고 정부와 공공기관 역할이 중요해졌다.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자영업은 인구와 소비가 줄면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임금근로자로의 전환을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는 고용 논의가 단순 취업자 수가 아닌 인구와 산업 구조 변동을 고려한 연령별 취업 대책과 자영업과 임금근로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 전환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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