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써도 집 안 보여줘"…부동산 거래도 확 줄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이소은 기자 2020.03.0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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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제공=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주택거래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가뜩이나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피하면서 중개업소는 개점 휴업 상태다. 이사철을 앞두고 있지만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있어 연관산업의 연쇄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20번의 부동산 대책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2월 부동산 거래 56% 급감…전국 곳곳 거래절벽 하소연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27건으로 전월(5970건)과 비교해 35.9% 감소했다.

보통 1월은 겨울철 비수기로 연중 거래량이 가장 적은 시점이고 개학을 앞둔 2월부터 거래량이 점차 회복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코로나19을 우려해 대면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3월 거래량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많다.



"마스크 써도 집 안 보여줘"…부동산 거래도 확 줄었다
서울 마포구 A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직접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대출규제 강화로 거래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사실상 휴업상태”라고 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중개업소들은 고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대구 동구 B중개업소 관계자는 "사무실에 손 소독제를 사두고 마스크를 쓰고 기다려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외출 자체가 어려워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원 권선구 C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이 시기쯤 거래가 가장 활발한데 지금은 잠정 휴업상태나 다를 게 없다"며 "막상 마스크를 쓰고 손님이 와도 집을 보여주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집을 내놓은 한 매도인은 "중개업소에서 최소 인원만 꾸려 집을 보러오겠다고 했지만 개학 연기로 아이들이 집에 있어서 당분간 오지 말라고 했다"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신천지일 수도 있지 않냐"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상가 임대차 계약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75만원이었던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상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으로 낮춘 급매물로 나왔다. 서울 노원구 D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권침체 우려에 상가 계약은 날짜까지 결정해놓고 취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미풍→태풍, 코로나19 파급효과 전망 바뀌어
시장 조사기관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확진자 수가 30명 안팎이었던 지난달 중순 이전만 해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시장에 부정적 충격이 크지 않다고 예측했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망을 수정한 곳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2~3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상황“이라며 ”대면접촉 없이 온라인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신축 아파트 청약 시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대면접촉이 필수적인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임장(현장조사)이 워낙 제한받는 상황이라 사태가 장기화되면 거래량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고강도 규제책을 여러 번 발표했으나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런 규제들이 맞물려 부동산 경기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사 체감경기 바닥, 건자재·인테리어·이사 등 유관 산업도 타격 예상
건설사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바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2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68.9로 집계됐다. 2월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이 지표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공사 수주가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지방과 중소 건설기업이 일부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택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신축 아파트 공사가 지연되면 건설 연관 산업인 건축자재, 인테리어, 가구, 포장이사 업계 등도 동시에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던 2011년 시멘트 내수시장 규모는 4년 전 대비 12% 급감했고 2012년에는 포장이사협회 회원사의 40%가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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