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넥스트 송해’되기 도전은 ing!

최재욱 기자 ize 기자 2020.03.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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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르페우스' 감동과 웃음의 시간!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도박판에서 한 번 내놓은 패는 다시 집어들일 수 없다는 ‘낙장불입’이란 말이 있다. 도박판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낙장불입’의 법칙이 통용되는 항목들이 많다. 그중 직업은 한 번 그 길에 들어서면 다시 돌아 나오기 가장 힘든 분야.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꿈과 이상을 접고 현실에 순응하곤 한다.

물론 핸들을 돌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인생의 레이스에 재진입할 수 있다. 웬만한 각오가 없다면 시도해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못 이룬 어린 시절 꿈과 이상을 가슴에 묻어둔다. 불현듯 가슴속 불씨를 댕길까 하는 충동이 들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 곧장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서 안정된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요즘 모든 직장인, 대한민국 중년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사람이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부분 이름과 얼굴을 다 아는 국민 MC이자 대중에 선한 영향력을 20년 넘게 꾸준히 전해온 호감형 연예인의 대명사. 최근 ‘놀면 뭐하니?’를 통해 드러머, 트로트가수, 라면 요리사에 도전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주 방송 ‘놀면 뭐하니? 유케스트라’에서는 교향악단 하피스트 도전에 성공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도전을 하다 하다 못해 이제 교향악단 하피스트라니! ‘무한도전’ 때부터 유재석의 다양한 도전을 지켜봐와 이제 웬만한 미션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시청자들에게 이번 도전은 또다시 눈길을 돌릴 만한 미션이었다. 하프란 악기가 대중에게 생소한 면도 있고 수많은 단원들과 함께 협연을 한다는 자체가 흥미를 돋웠다. 악보도 잘 못 보는 유재석이 단기간의 연습으로 무사히 공연을 마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결과는 ‘역시 유재석이다!“는 찬사가 터지게 만드는 대성공. 완벽한 연주 실력을 선사했다기보다 특유의 진심을 다한 노력과 훈훈한 인간미, 경지에 다다른 예능감으로 웃음과 스릴, 감동을 함께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은 유재석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전주보다 시청률이 대폭 상승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기준 6.7%, 10.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30년차 베테랑 예능인이 바들바들 손을 떨며 하프연주를 하는 모습에 함께 긴장하고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유머감각에 함께 웃다가 무사히 연주를 마친 모습에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했다. 실수 없이 연주를 마치는 줄 알았던 마지막 순간 낸 음 이탈은 큰 웃음을 선사하며 그가 뼛속부터 예능인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대중이 유재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그렇다면 대중들은 유재석을 왜 그리 좋아할까? 천부적인 언변부터 소통하는 리더십, 천부적인 유머감각, 선한 성품 등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예능판에서 유재석의 가장 극명한 장점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겸허한 태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 돋보이기보다 배려와 관심, 애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면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건 유재석이 선천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호인이기 때문. 남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불신의 시대에 보기 드문 덕목이다. 아무리 방송에서 일로 만나도 진심이 느껴진다. 친한 선후배 연예인들을 깐족거리고 놀려도 선을 지키고 애정이 묻어난다. 그러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경청하고 관심을 표명한다. ‘유 퀴즈 온더 블록’에서 그 진면목이 나온다. 다양한 연령대 계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진행은 오랜 연륜과 경력이 만들어낸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진실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과 일에 대한 태도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실 유재석의 나이 마흔아홉살은 모든 게 시큰둥하고 매너리즘에 빠질 만한 나이. 방송 내내 불평을 하지만 시청자는 유재석이 얼마나 이 도전을 즐기고 있는지 눈치 챌 수 있다. 자신이 친 하프의 아름다운 선율에 매혹당하며 더 노력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인생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인지 알게 해준다. 그에게 인생은 여전히 흥미로운 놀이터인 것.

즐기는 자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말이 있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에서 다양한 부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모습은 단순한 미션 수행 과정이 아니기에 감정선을 더욱 건드린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주고 있기 때문. 늘 투덜대고 실수도 하면서도 즐겁게 도전을 성취해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아찔한 대리만족감을 선사한다. 유재석이 다재다능한 연예인이 아니라 인간미 느껴지는 우리 동네 오빠, 형, 삼촌 같기에 더욱 감정이 이입된다. 그러면서 답답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나도 뭔가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다.

유재석은 앞으로 어떤 도전에 나설까? 더 이상 어떤 도전의 난이도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적이 많기 때문. 그 도전을 임하는 유재석의 자세, 도전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케미, 도전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이 더욱 궁금하다.

얼마 전 한 예능에서 유재석이 이효리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나중에 나이 들어 은퇴하면 뭘 하고 싶다고 말하니 이효리 “오빤 은퇴 안돼! 그 나이에도 방송해야 해”라고 못 박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유재석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30년 후에도! 잔인한 말로 들리겠지만 대중은 그를 백발 노인이 될 때까지 보고 싶어한다. ‘넥스트 송해’ 포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건강관리를 앞으로도 잘해 대중을 꾸준히 즐겁게 해주기를 기원해본다.

최재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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