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이만희 계좌·장부 작년에 다 뒤졌다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03.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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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인 이만희 총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기자회견 중인 이만희 총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경찰이 지난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과 회계장부 검토를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이전 지난 2018년 경찰에 고발됐던 횡령, 배임죄 등 적용은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고발된 살인죄,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 혐의도 의도성 등 문제로 이 총회장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지난해 이미 횡령·배임 혐의 조사 마쳐...무혐의 의견으로 송치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신피연)는 이 총회장과 내연녀 김남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피연은 고발장에서 이 총회장과 김씨가 경기 가평과 경북 청도 등에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신천지 자금으로 구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 경기 과천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이후 과천경찰서는 이 총회장과 김씨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이 총회장의 계좌를 추적하고 신천지 회계 장부를 압수해 검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같은 수사과정에서 특별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 또한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해 7월 무혐의·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해당 사건은 아직 안양지청에서 계류 중이다. 안양지청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며 재수사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총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수사에 다시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계좌추적과 회계장부 검토를 끝낸 상황에서 더 진행할만한 수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좌나 장부가 조작됐거나 거짓이라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현재로선 이 총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 이만희 아닌 신천지 조사는 어려울 듯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고발된 혐의들, 살인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검찰이 신천지라는 단체의 위법성이 아닌 이 총회장 개인 비리에 맞춰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을 통해 신천지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단체가 가진 불법성을 밝혀내는 것이 국민적 바람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우선 현행법상 신천지를 위법한 조직으로 구성해 처벌하려면 신천지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폭력행위처벌법은 장기 4년 이상 중대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단체를 구성할 경우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단체로 구성되려면 수사기관이 해당 단체의 수괴, 간부 등 내부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과정 등을 밝혀내 공소장에 적시해야 한다. 이 경우는 대부분 폭력조직을 붙잡아 처벌할 경우 많이 적용된다.


하지만 신천지가 이같은 범죄단체로 구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단체가 되려면 단체의 설립 목적이 범죄를 목적으로 해야만 한다. 신천지의 경우 현재까지 범죄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인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검찰 조사에 따라 신천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조직적으로 특정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범죄단체 구성은 어렵다.

신천지 지도부가 거짓 교리로 신도들의 돈(헌금)을 착취했다는 의혹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약 신천지 지도부가 거짓 교리로 신도들을 속여 헌금 등을 갈취했다 하더라도 검찰로서는 일단 교리가 거짓임을 증명하기가 어렵고 신천지 지도부가 모두 자신들의 교리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입증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신천지 지도부가 헌금을 수금하면서 자신들 또한 신천지에 헌금을 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

형사사건 중 최고 난이도는 종교단체 비리
검찰 안팎에서는 형사사건 중 종교단체 사건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또 동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개인이 정통 종교를 믿던 사이비 종교를 믿던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위법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 배경이다. 종교 문제로 접근해 교리의 허구성을 입증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교리의 허구성을 입증해 헌금사기 등으로 처벌하려 하는 순간 재판 결과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만약 검찰이 신천지 교리의 허구성을 입증했다 하더라도 약 30만명으로 알려진 신천지 교인들이 모두 속았다고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신도들 중 일부가 법정에서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신천지 교리를 믿었다고 주장한다면 검찰로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진다.

서울 소재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신내림을 받았다는 무당이 굿을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무당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실제로 무당이 굿 행위를 했고 무당을 믿은 사람이 있다면 무죄 판결이 나온다"며 "신천지의 경우 그동안 수많은 풍문과 진정서가 접수됐을텐데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번에도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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