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한 제주항공, 빅3 도약이냐 승자의 저주냐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3.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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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제주항공,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인수결정…자금난 가속화 우려도

결단한 제주항공, 빅3 도약이냐 승자의 저주냐


제주항공이 3개월의 고심 끝에 결국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확정지었다. 국내 항공사간 M&A(인수·합병)은 이번이 첫 사례다. 규모면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도 경쟁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가 생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일 제주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하는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로 전체 지분의 51.17%에 해당한다.

인수가는 545억원으로 앞서 지난해말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시 밝혔던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은 금액이다. 당시만 해도 해당가격으로 인수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올해초 터진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을 비롯해 다수의 노선이 운항 중단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다. 이 때문에 주식매매계약 역시 두 차례나 연기됐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해 12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이스타홀딩스에 선지급해 남은 430억원만 추가 지급하면 된다. 추가금액은 오는 4월 29일까지 전액 납입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 바탕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방안으로 꼽았다.

실제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운용 항공기대수는 각각 45대, 23대로 합치면 86대인 아시아나항공과 격차가 크게 줄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LCC내 1위 항공사가 아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과도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인수 사실을 알리며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지의 길이지만 당면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어렵게 인수가 결정된 만큼 여전히 우려도 적지 않다.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내세웠지만 항공업계 전체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오히려 악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341억원에 이른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33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스타항공의 인수가에 비하면 넉넉해보이지만 대규모 노선 중단으로 비용 부담이 급등한 현상황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보증금 115억원을 날리더라도 인수를 철회하는게 이득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인수가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위기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경영진 임금의 30%를 반납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자금 부족으로 지난달 임직원의 급여를 40%밖에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 역시 이날 인수 합의를 밝히면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금융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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