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쟁속 "질본 독립"…질병관리청 승격 탄력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김영상 기자 2020.03.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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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관 100명으로 확충…복지부는 질본 청 승격에 '난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검역 관계자들이 중국발 승객들을 대상으로 집중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중국 전역을 검역 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입국자의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검역 관계자들이 중국발 승객들을 대상으로 집중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중국 전역을 검역 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입국자의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위기대응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국내 방역업무를 총괄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를 ‘청’으로 승격하는 공약을 내세워 주목된다. 국가 방역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질본의 역할을 고려할 때 독립청으로서 권한을 늘려 감염병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2일 정치권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안전부문 보건의료 총선공약에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6개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울러 5개 검역사무소를 추가 설치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지난달 발표한 보건의료분야 총선공약에 질병관리청 신설을 포함했다. 거대 여야가 모두 질병관리청 승격을 공식화하면서 총선 이후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올해 업무계획을 공개한 보건복지부 역시 질본의 내부 인프라 확충과 인사 등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긴급상황실 고도화 △현장지원조직 확충 △조직강화방안 강구 등을 준비한다.



특히 현재 43명 정원의 전문임기제 중앙역학조사관을 100명으로 늘린다. 전문임기제 중앙역학조사관은 질본에서 활동하는 2년 임기의 역학조사관이다. 최장 10년간 연임할 수 있다. 2년간 교육을 통해 역학조사의 전문성을 쌓는다. 질본은 지난달 정원부족 9명에 대해 신규채용을 진행했지만 의사경력이 필요한 ‘가급’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복지부는 이를 고려해 인건비를 인상하고 국제기구 근무 등 경력관리 지원 등 장기근속을 유인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감염병 위기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자검역심사대를 현재 22대에서 38대로 늘리고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와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을 설치하는 등 상시관리체계도 확충한다.

전문가들도 감염병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질본의 지위격상이나 인력지원, 재정확대 등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맞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이미 논의가 끝났지만 실행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질본의 독립성 강화를 업무계획에 포함한 복지부는 그러나 청 승격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본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자칫 일원화한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례로 질본은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제한을 요구해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부처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자칫 질본의 분리독립이 보건당국과 방역당국의 유기적 협조를 저해할 소지도 있지 않을까 염려가 있다”며 “목표지향점은 위기시 방역대책본부가 최대한 기능을 발휘토록 평상시 조직체계와 기능이 보강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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