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1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는 검찰 조사실에서도 경찰관 정모씨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때는 이씨와 유착한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었던 2012년 여름이었다.
정씨는 2007년부터 1년 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관내 불법 유흥업소에서 1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었다. 게다가 통화 기록 등을 통해 평소 이씨와 가까운 사이였음이 확인된 상태였다. 한 마디로 검찰 수사를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궁지에 몰린 정씨에게 이씨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건넸다. 검찰에 동료 경찰관을 미끼로 던져주고 빠져나오라는 것이었다. 이씨가 미끼로 지목한 이는 A씨였다. 이씨를 구속시킨 수사관 중 한 명이었다.
이씨는 구속된 이후 A씨를 뇌물죄로 몰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A씨를 뇌물죄로 몰아 수사를 받게 하면 뜯긴 돈을 돌려받거나, 최소한 복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약점을 잡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것이다.
이씨와 돈 거래를 했던 경찰관 김모씨도 거짓 진술을 요구받았다. 이씨는 "타깃은 형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고 검찰에 진술 잘하라"고 했다. 정씨와 김씨는 이씨가 시킨 대로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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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거짓 진술을 알게 된 A씨는 "형님 살자고 있지도 않은 말을 해서 저를 궁지에 몰아넣냐"며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은 정씨 진술을 받고 비리를 묻어줬다. 정씨는 몇 년 뒤 명예퇴직으로 경찰을 떠났다.
6년 뒤 검찰은 정씨 진술을 다시 꺼내 A씨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쟁점은 정씨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결국 정씨가 1심 법정 증인으로 나와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했다.
유일한 증거였던 정씨 진술이 뒤집어지자 1심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유죄 판결을 받겠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무죄 판결은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