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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황제' 이경백씨는 검찰 조사실에서도 경찰관 정모씨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때는 이씨와 유착한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었던 2012년 여름이었다.
정씨는 나중에 법정에서 "경찰관이 검찰에 가면 다 구속됐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을 때 정말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가 수사팀 중에서도 A씨에게 앙심을 품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겪었던 권리금 사건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유흥주점 권리금을 내놓으라는 '쌍택이파' 조직원의 요구를 못 이겨 2억5000만원을 뜯긴 일이 있었다. 이때 이 조직원이 연줄을 자랑하면서 A씨 이름을 댄 적이 있었다.
이씨는 구속된 이후 A씨를 뇌물죄로 몰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A씨를 뇌물죄로 몰아 수사를 받게 하면 뜯긴 돈을 돌려받거나, 최소한 복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약점을 잡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것이다.
이씨와 돈 거래를 했던 경찰관 김모씨도 거짓 진술을 요구받았다. 이씨는 "타깃은 형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고 검찰에 진술 잘하라"고 했다. 정씨와 김씨는 이씨가 시킨 대로 거짓말을 했다.
정씨의 거짓 진술을 알게 된 A씨는 "형님 살자고 있지도 않은 말을 해서 저를 궁지에 몰아넣냐"며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은 정씨 진술을 받고 비리를 묻어줬다. 정씨는 몇 년 뒤 명예퇴직으로 경찰을 떠났다.
6년 뒤 검찰은 정씨 진술을 다시 꺼내 A씨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쟁점은 정씨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결국 정씨가 1심 법정 증인으로 나와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했다.
유일한 증거였던 정씨 진술이 뒤집어지자 1심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유죄 판결을 받겠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무죄 판결은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