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마스크 샀어야했는데"… 후회가 불붙인 식료품 사재기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2.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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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10배 이상 가격 주고도 구하기 쉽지 않아… "후회 않도록 식료품은 미리 사재기 해둔다"는 이들 多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생수 사재기 /사진=뉴시스(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생수 사재기 /사진=뉴시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료품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앞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미리 마스크를 사두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식료품 구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5개 온라인쇼핑몰(쿠팡·위메프·티몬·11번가·G마켓)에서 판매하는 보건용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8일 기준 KF94 성인용 마스크 1개당 평균 가격은 3575원이었고, KF80 성인용 마스크 1개당 평균 가격은 3099원이었다. 2018년 4월 가격과 비교시 성인용 KF94는 202.5%, KF80은 183.5% 상승한 수준이다.



굳이 수년전과 비교하지 않아도 마스크 가격은 설 전후로 크게 뛰었다. 가격 비교 플랫폼 업체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380원에 거래되던 황사방역용 마스크 KF94(대형) 제품은 지난 21일 기준 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10배로 오른 것이다.
KF94(대형) 마스크 최저가격 변화 모습. 1월28일 380원에서 2월 18일 2900원, 21일 3800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사진=다나와KF94(대형) 마스크 최저가격 변화 모습. 1월28일 380원에서 2월 18일 2900원, 21일 3800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사진=다나와
이처럼 마스크 가격이 큰 폭으로 뛰자, 미처 마스크를 미리 쟁여두지 못한 이들 사이에선 후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이모씨(25)는 "설 바로 전에, 코로나19 추세가 심상치 않아서 KF94 마스크 120매를 6만9900원에 구매했었는데 주변에서 '과도하다' '부직포 마스크로도 차단이 된다' 등의 말을 해서 주문 취소를 했었다"며 "요즘 KF94 마스크 10매에 4만원을 주고 샀는데, 너무 후회가 심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0)도 "이전엔 항상 미세먼지 마스크를 사재기 해뒀었는데,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더 이상 구매해두지 않게 됐다"며 "미리 마스크를 사두지 않은 게 후회막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다시금 후회하는 일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가격이 뛰고 품귀현상을 빚기 전 미리 사재기해둘 것이라고 밝혔다. 마스크 품귀현상을 통해 일종의 교훈을 얻었단 설명이다.

이씨는 "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엔 이커머스에서 통조림 캔, 참치 캔, 옥수수 캔, 라면 등을 20만원어치 구매해뒀다"라며 "만일 이번에도 기회를 놓쳤다가 몇배를 주고도 구하기 힘든 사태를 빚을까봐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이들과 같은 이유로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A씨는 "마스크 사재기에 실패해, 요즘 마스크를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앞으로 미리미리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몇달 내로 2주 정도 집 밖에 못나갈 때를 대비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초코바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을 위주로 쟁여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들과 같은 이들이 늘면서 생필품을 위주로 사재기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신세계 그룹의 SSG닷컴에 따르면 '쓱배송'의 주문 마감률은 지난 22일 전국 평균 99.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 평균 주문 마감률이 80% 초반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오는 28일까지 이미 마감돼 주문할 수 없는 상황으로,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오는 26일까지 주문이 마감된 상태다.

또 대부분 생필품과 식품을 위주로 쟁여두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주문이 크게 늘었다. 전주 대비 판매는 각각 라면 175%, 통조림 268%, 생수 116%, 즉석밥·레토르트·HMR 168%, 쌀 187%은 늘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면서 "최대한 주문 폭주에 대응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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