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 전화 폭주...'코로나19 공포' 감염된 세종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2.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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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990번 BRT 버스에 코로나19 관련 안내가 붙어있다./사진=유선일 기자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990번 BRT 버스에 코로나19 관련 안내가 붙어있다./사진=유선일 기자


#지난 22일 토요일 오전. 세종시 수루배마을 1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세종시 첫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A씨의 동선이 발표되면서다. 아파트 하자 보수 업무를 하는 32살 A씨는 지난 21일 새뜸마을 3단지, 수루배마을 1단지 등을 들렀다. 수루배마을 1단지 관리사무소는 급기야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전화 자제를 당부했다. A씨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혼자 탔으며, 관련 장소는 모두 소독했다는 공지를 접하고 주민들은 그나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안전지대는 없다...세종시도 뚫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둔감했던 세종·대전 지역 주민들은 지난 주말 불안에 떨며 집안에 머물러야 했다. 이들은 세종에서 첫 확진자, 대전에서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스마트폰과 TV를 통해 접했다. 확진자 동선이 발표될 때마다 자신의 지난 일정을 체크 하느라 분주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확진자 A씨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열린 신천지교회 집회에 참여했다. 21일 세종시보건소에 인후통, 가래 증상을 문의해 오후 세종시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22일 오전 0시48분경 양성반응 통보를 받았다.

세종시는 21일 A씨를 국가지정격리시설인 단국대천안병원에 이송, 입원 조치했다. 금남면에 거주하는 접촉자(동거인) 2명에게는 자가 격리를 통보했다.



수루배마을 1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뉴스를 접하고 22일 대전 삼겹살 집에서 예정됐던 저녁 식사를 취소했다. 전날 경기도에서 방문한 인척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주민은 “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근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니 모든 활동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전도 ‘무조건 마스크’...공동시설 운영 중단도
대전 유성구 소재 한 아파트 게시판에 코로나19로 인한 커뮤니티센터 운영 중단 안내가 붙어있다./사진=유선일 기자대전 유성구 소재 한 아파트 게시판에 코로나19로 인한 커뮤니티센터 운영 중단 안내가 붙어있다./사진=유선일 기자
대전 유성구 소재 한 아파트는 24일부터 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헬스장, 골프장, 배드민턴장, 독서실 등 아파트 공동시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일단 3월 9일까지로 기간을 정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어 “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고 적었다.


대전에선 지난 21일 최초 확진자 발생 후 22일과 23일 추가로 확진자가 한 명씩 발생해 총 3명을 기록했다. 부부 사이인 2번째, 3번째 확진자는 17일 오후 대전에 방문해 유성구 내 식당, 롯데마트(노은점), 의원, 약국, 우리은행(반석동지점) 등을 들렀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시내버스를 수차례 이용했다.

24일 오전 대전에서 세종으로 가는 대중교통 길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오전 7시 30분경, 대전 반석역에서 세종으로 향하는 990번 BRT 버스를 탄 약 15명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한 명뿐이었다. 그나마 쓰고 있던 마스크를 “답답하다”며 벗은 사례다. 승객들은 서로 붙어 앉지 않으려는 듯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다.

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990번 BRT 버스에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다./사진=유선일 기자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990번 BRT 버스에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다./사진=유선일 기자
어린 자녀를 둔 대전과 세종 학부모들은 유치원·학교 개학 연기에 아이들 일정을 조정하느라 분주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전국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 개학을 당초 3월 2일에서 9일로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1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를 반기면서도,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아이들을 누가 돌봐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대전의 한 주부는 “학원도, 놀이터도 불안해 보여 아이들을 집에만 두고 있다”며 “개학 일정이 연기되면서 학원 등 일정을 다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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