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정부 화재 유족 11명에 17억 배상하라"...경기도 상고

뉴스1 제공 2020.02.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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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2년6월·감리자 2년 징역형 확정..소방공무원들은 벌금형
경기도, 지난달 30일 상고장 제출

2015년 1월10일 의정부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경기도 의정부 소재 모 도시형 생활주택 © News1 양동욱 기자2015년 1월10일 의정부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경기도 의정부 소재 모 도시형 생활주택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5년전 의정부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발생한 '의정부 화재' 유족들이 경기도, 도시주택의 건축주와 감리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1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하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설범식)는 희생자 4명의 유족 11명이 당시 도시주택의 건축주 서모씨와 감리자 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기도, 건축주, 감리자들은 공동하여 유족들에게 각 500만원~2억8629만원을 배상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의정부 화재 참사는 2015년 1월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필로티 구조의 10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일어났다. 당시 1층 주차장에 있던 50대 남성 김모씨가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오토바이 키박스를 라이터로 녹인 뒤 자리를 비운 사이 열로 벗겨진 전선 피복이 합선돼 불이 나기 시작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계단 통로, EPS실(전기배선실), 건물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졌다. 이 화재로 입주민 5명이 숨지고 1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불을 피운 김씨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금고 1년6개월에 벌금20만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건축주 서씨와 감리자 정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또한 참사가 발생하기 약 3달 전인 2014년 10월15일 의정부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도시주택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들은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건축주 서씨는 방화문에 도어클로저(열린 문을 닫아주는 자동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는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시공을 하지 않았고, 감리자 정씨는 이를 알고도 시정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며 "경기도 역시 소속공무원들의 업무상 부주의에 책임이 있다"며 약 2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 내내 경기도 측은 "소방특별조사 당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방시설 세부조사서에 허위 기재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건축주 서씨와 감리자 정씨도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을뿐더러, 위반을 했다고 하더라도 참사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Δ도시주택의 3층부터 10층까지 계단 앞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점 ΔEPS실의 방화구획이 설계도면에 따라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점 ΔEPS실 전기, 배수관 등의 틈을 내화충전재(불이 건물 배관을 타고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충전재)로 매우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건축주, 감리자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희생자들은 대피를 하던 도중 계단실, EPS실을 타고 올라온 유독가스를 과량 흡입해 숨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건축주, 감리자의 공동불법행위가 아니었다면 각 층 복도로 유독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충분히 방지하거나 지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측에 대해서도 Δ소방공무원들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점 Δ소방시설법에 도어클로저 등의 설치확인 의무가 포함된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장례비, 위자료, 상속 대상 금액 등을 포함해 경기도, 건축주, 감리자들이 공동으로 유족들에게 총 17억255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경기도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 재판 내내 경기도 측은 "희생자들이 화재 경보를 듣고도 신속히 대피하거나, 119에 신고하지 않아 결국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희생자들의 이러한 잘못도 손해액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9시23분경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나 희생자들이 즉시 대피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1분 뒤인 9시24분에는 이미 1층 계단실 입구에 화염, 연기, 유독가스 등이 가득 차 건물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경기도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 판결에도 불복한 경기도 측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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