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나오지 말고 집 비워라"…노숙자로 전락한 후베이인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20.02.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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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한 노동자가 마스크를 낀 채 창문을 닦고 있다./사진=AFP중국 상하이에서 한 노동자가 마스크를 낀 채 창문을 닦고 있다./사진=AFP


"중국 후베이(湖北)성 사람들은 스스로 재앙이 됐다고 자조한다."(중국 후베이성 출신 노동자)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출신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정부와 각 기업에 근로자 복귀를 지시했지만 후베이 출신 근로자들을 기피하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별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후베이 출신 노동자들이 노숙을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후베이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들이 거처하는 임시 숙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탓이다.



춘제(중국의 설) 기간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던 이들도 서러운 건 마찬가지다. 연휴 기간 고향에 가지 않았던 한 근로자는 최근 집주인에게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들었다. 그의 고향이 우한에 인접하고 있는 황강(黄冈)인게 문제였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들이 감염을 우려해 후베이성 출신 근로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근로자는 "배달원이든 경비원이든 간 고용자들은 후베이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토로했다.



최대 공업지역인 광둥성 둥관(東莞)의 한 기업은 후베이 출신 근로자들에게 춘절 연휴가 끝나도 돌아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자업계에서 수년간 일해온 현지 근로자는 "둥관 기업들의 채용 안내판에는 후베이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글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후베이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편이 끊겨 일자리를 찾으러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근로자들의 시름은 더욱 커졌다. 한 남성은 "광저우(广州)에 있는 집주인이 쫓아낼까 봐 방 임대료를 미리 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정 지역차별은 더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 차별이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지난해 기준 이주 노동자가 약 2억9000만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후베이의 이주 노동자도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선지앤펑 중앙재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예방·통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후베이 출신 근로자를 조심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전염병이 한달 이상 지속될 땐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단순하고 무례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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