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만원짜리 명품" 에르메스 립스틱, 서울 상륙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2.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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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에르메스, 첫 립스틱 3월4일 전세계 출시…타 명품화장품 대비 '2배 가격'

에르메스 뷰티의 첫번째 컬렉션인 '루즈 에르메스(Rouge Hermès)'/사진제공=에르메스에르메스 뷰티의 첫번째 컬렉션인 '루즈 에르메스(Rouge Hermès)'/사진제공=에르메스


수 천 만원에서 몇 억 원대를 호가하는 '명품 중의 명품' 가방을 제작하는 프랑스 에르메스(Hermes)가 화장품을 들고 서울 시장에 상륙한다. 일찍부터 뷰티 시장에 진출해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샤넬·디올의 뒤를 이어 구찌와 에르메스가 뷰티 시장에 진입하면서 뷰티 명품 전쟁의 서막이 오를 전망이다.

17일 에르메스에 따르면 오는 3월4일 에르메스 뷰티의 '루즈 에르메스 컬렉션'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35개국에서 동시 출시된다. 한국에서는 에르메스퍼퓸 매장(신세계백화점 본점 등)과 에르메스 부티크 매장(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등) 등에서 만날 수 있다.



◇"8만8000원짜리 에르메스 사세요"=한국 에르메스 립스틱 가격은 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루즈 에르메스 매트, 새틴 립스틱과 립 케어 밤, 포피 립 샤인 등 립스틱, 립밤, 립글로스가 모두 8만8000원으로 정해졌다. 입술 라인을 정리해주는 립 펜슬은 4만5000원이며 화장소품인 립 브러시는 무려 10만원이다.

현재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 입점된 주요 명품화장품 립스틱 가격은 샤넬 루즈 알뤼르가 4만5000원, 입생로랑 루즈 볼륌떼 4만6000원, 루즈 디올 4만5000원이다. 구찌 뷰티 립스틱 가격은 4만8000원대로, 대부분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에르메스의 립스틱 가격은 타 명품 화장품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선에서 약 2배 정도로 책정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구찌 뷰티 매장을 열며 뷰티 사업을 재론칭했다. 이달 7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매장을 열며 빠른 확장에 돌입했다.

에르메스와 구찌는 공통적으로 '스몰 럭셔리(자동차·의류·가방 등 대형 사치품 대신 화장품·식료품 등 작은 제품에서 소비의 만족을 얻는 트렌드)'의 대표 주자인 립스틱으로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립스틱은 불황기에 잘 팔리는 대표 화장품으로 '저렴하지만 효과가 눈에 띄는 물건을 구매해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가 공개하는 '립스틱 지수'는 불황기에 립스틱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패턴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샤넬·디올 이어 구찌·에르메스까지 "뷰티, 돈 된다"=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중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은 샤넬과 디올, 입생로랑 등이다. 기존 글로벌 화장품 강자는 프랑스의 랑콤과 미국의 에스티로더, 존슨앤존슨, 다국적 기업인 P&G 등인데, 에르메스와 구찌가 색조 제품으로 화장품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낸 것이다.


세계 1위 명품 기업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는 디올, 겔랑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와 화장품 편집숍의 원조인 세포라를 자회사로 보유해 일찍부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화장품에서 매출의 13%가 발생한다. 지난해 LVMH의 연결 매출액은 14.6%, 순이익은 11.3% 증가했고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12.2%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의 강세로 아시아, 미국, 유럽 시장에서 실적 호조를 보였다.

일찍부터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샤넬, 디올과 달리 후발주자인 구찌와 에르메스는 립스틱에 명품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구찌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컨셉 광고로 새로운 립스틱 라인을 선보였고 에르메스는 '최고의 명품'이라는 가치를 립스틱에 담기 위해 5년간 립스틱 개발에 매진했고 에르메스 향수의 향기를 조향해 루즈 에르메스에 담았다.

글로벌 명품 강자들의 뷰티 시장 진출에 국내 화장품 시장의 강자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립스틱 등 '스몰 럭셔리' 상품과 초고가 화장품 시장은 불황의 여파를 덜 받는다는 점에서 고가 화장품 시장의 '화장품 격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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