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기생충' 성지…사진만 찍는 슈퍼, 물건 사가는 '이곳'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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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배경 장소로 등장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슈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영화 '기생충' 배경 장소로 등장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슈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속 빈털터리 기택(송강호)네는 주로 동네 슈퍼에서 필요한 물품을 산다. 반대로 부잣집 사모님 연교(조여정)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유기농 마트에서 장을 본다.

영화 배경 장소로 등장해 화제가 된 슈퍼와 유기농마트. 기생충이 칸을 넘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두 곳 모두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매출 증대 효과는 극명히 갈렸다.
'돼지슈퍼' 사람들 와서 사진 찍는 명소됐지만…
극과극 '기생충' 성지…사진만 찍는 슈퍼, 물건 사가는 '이곳'


기생충 배경 장소로 등장하면서 팬들의 성지가 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돼지슈퍼'.

돼지슈퍼는 영화 속 '우리슈퍼'로, 아들 기우(최우식)가 대학생 친구인 민혁(박서준)에게 고액 과외 제안을 받는 배경으로 등장한다. 또 딸 기정(박소담)이 동익(이선균)의 집 가정부인 문광(이정은)을 내쫓기 위해 복숭아를 훔쳐 지나가던 곳이기도 하다.



50여년 가까이 이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한 이정식(77세) 사장은 "우리 가게에서 찍은 영화가 세계를 주름잡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영화 촬영 이후 매일 한 두그룹씩 와서 사진을 찍고 가곤 했다. 최근에는 취재진이 몰려와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사에는 큰 영향이 없다. 장사가 안되고 있기도 하고 더 되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여기가 재개발 지구라, 재개발될때까지 문 안 닫고 하던 대로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가홀푸드 기생충 특수 톡톡, 매출 30% 늘었다
영화 '기생충' 연교(조여정)가 아들 다송이(정현준)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과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영화 '기생충' 연교(조여정)가 아들 다송이(정현준)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과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와 반대로 올가홀푸드는 기생충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연교(조여정)가 아들 다송이(정현준)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과 장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유기농 매장 올가홀푸드 방이점이다. 연교는 전화 통화를 하며 새우가 싱싱한지 살펴보기도 했다.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는 프리미엄 식자재를 비롯해 홈메이드 스타일 가정식,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레스토랑 대체식) 메뉴, 베이커리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2009년 문을 연 방이점은 국내 최대 친환경식품 전문매장이자 올가 시그니처 매장으로 손꼽힌다.

기생충이 흥행하면서 올가홀푸드 방이점에 대한 입소문도 퍼졌고, 이와 동시에 매출도 늘었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점으로 객수와 매출이 평월대비 30% 늘었다"며 "20~30대 고객들이 영화 속 등장한 장소를 보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고 기존 고객들도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 장소 협찬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던 대형 쇼핑 업체들은 큰 아쉬움과 후회를 나타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제목이 망설여졌고 계급과 신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는 얘기에 선뜻 장소를 내어주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영화가 흥행하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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